유럽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에 출연하는 베이스 심인성 씨(왼쪽)와 소프라노 손지혜 씨. 김경제 기자
국내무대 서는 유럽서 활동 베이스 심인성-소프라노 손지혜
“독일 사람들은 벤츠를 만들면서도 페라리를 타고 싶어 하죠. 바그너 같은 드라마틱한 오페라를 만든 그들도 이탈리아의 벨칸토 음색을 동경합니다. 알프스 산맥을 넘어 이탈리아 땅을 밟을 때마다 제 목소리도 변하는 걸 느낍니다.”(베이스 심인성 씨)
베이스 심인성(33) 씨와 소프라노 손지혜(27) 씨가 20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극장에서 유럽 오페라극장 주역가수 초청 갈라콘서트 무대에 선다. 심 씨는 지난달 한국인 남자 성악가로서는 최초로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데뷔했고, 이탈리아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해 온 손 씨는 지난해 ‘조수미와 위너스’ 공연에서 유일한 소프라노로 초청받았다.
한국예술종합학교 1회 졸업생인 심 씨는 2001년부터 오스트리아 빈 국립오페라단 전속가수로 활동해 왔다. 밑바닥에서 시작한 그는 감기로 체온이 41도까지 올라가는 날에도 무대에 서는 등 성실함으로 인정받았다. 심 씨는 “고향이 시골(전남 여수)이어서 벼가 어떻게 심어지고 익는지 안다”며 “무엇이든 쉽게 따먹으려고 하면 인정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손 씨는 “오페라는 솔로 피아니스트같이 독불장군처럼 할 수 없다”며 “지난해 ‘조수미와 위너스’ 공연에 이어 유럽에서 주역가수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들과 함께 무대에 서면서 인간관계 면에서 많은 걸 배우게 됐다”고 말했다.
심 씨는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테너 롤란도 비야손과 함께 주역으로 출연해 주목을 받았다. 그는 “합창단을 포함해 200∼300명의 가수 중에 동양인이 혼자여서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오페라는 라디오로 듣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입니다. 성악가에겐 소리보다 캐릭터 연기가 더 중요해요. 성악가들은 보통 숨이 찰까봐 무대에서 잘 뛰지 않는데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비야손은 전력질주로 무대를 뛰어다녔어요. 헉헉거리며 하는 그의 노래는 평소 같은 미성은 아니었지만 리얼한 감동이 있었습니다.”(심 씨)
두 사람은 최근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심 씨는 최근 7년간 일하던 빈 국립오페라극장에 사표를 던지고 홀로서기를 선언했다. 이탈리아 밀라노 베르디 국립음악원을 졸업하고 5년간 로마, 밀라노, 코모 등에서 프리랜서 주역가수로 활동했던 손 씨도 최근 독일에서 전속가수로 활동하기 위해 거처를 옮겼다.
“회사원이 회사를 위해 일해야 하듯 전속가수는 극장을 위해 일해야 해요. 다른 극장에서 아무리 좋은 배역을 제의해 와도 개인적으로 응할 수 없지요. 처음엔 홀로서기가 불안했지만 독일과 이탈리아 등 6개 극장에서 출연 요청이 와 용기를 얻었어요. 이제는 극장이 아닌 저 자신에게 투자하고 싶습니다.”(심 씨)
“독일에는 아무리 작은 극장에도 한국인 전속가수들이 1, 2명씩 있는데 이탈리아에는 수천 명의 한국인 유학생 중 고정 일자리를 갖고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요. 모두들 프리랜서이기 때문에 미래 보장이 안 됩니다. 젊은 성악가에겐 전속가수로서 많은 경험을 할 수 있는 독일이 좋은 것 같아요.”(손 씨)
이번 공연에서 심 씨는 ‘돈 카를로’ 중 ‘그녀는 결코 나를 사랑하지 않았네’, 손 씨는 ‘라 트라비아타’ 중 ‘아 이상해…, 그이였던가’ 등을 부를 예정이다. 소프라노 임세경, 테너 김석철, 베이스바리톤 최웅조 씨 등도 출연한다. 2만∼5만 원. 1588-7890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
▲ 영상취재 : 동아일보 사진부 김경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