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살로메’ 테너 2명 연출자 지시 거부 사퇴
“빨간 삼각팬티만 입고는 공연을 못하겠다.”
국립오페라단이 10월 2∼5일 서울 LG아트센터에서 공연하는 리하르트 슈트라우스의 오페라 ‘살로메’의 주연 2명이 개막 2주도 안 남은 상태에서 사퇴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더블 캐스팅으로 헤롯 왕 역을 맡은 테너 한윤석 김경여 씨는 연습 도중 ‘빨간 삼각팬티’만 입고 무대에 서도록 한 연출자의 지시를 받아들일 수 없다며 물러났다.
한 씨는 “연출가의 예술적인 취지는 이해하지만 아직까지 국내 오페라 무대에서 남자 성악가가 받아들이기에는 힘든 면이 있다”고 말했다.
독일 출신의 연출가 카를로스 바그너 씨는 “삼각팬티는 헤롯 왕의 유아적이고, 안하무인의 성격을 보여 주기 위한 의상으로 타협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2005년 프랑스 몽펠리에 오페라극장에서 초연한 것으로 파격적이고 엽기적인 연출이 특징이다. 또 헤롯 왕의 의붓딸 살로메가 추는 ‘일곱 베일의 춤’ 등 때문에 선정성 논란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국립오페라단은 18일 중도 하차한 두 가수 대신 프랑스에서 ‘살로메’에 출연한 적 있는 게르하르트 지겔을 긴급 섭외했으며 이미 찍어 놓은 포스터와 인터넷 예매사이트에서 성악가의 프로필도 교체했다고 밝혔다.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