藥 “더 큰 위기 막겠다는 강한 의지 보여줘”
毒 “실물 도움안돼… 원칙 훼손 나쁜 선례”
베어스턴스,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이어 AIG까지 이어지고 있는 미국 정부의 전방위 구제금융 조치에 대한 미국 안팎의 평가가 크게 엇갈리고 있다.
‘더 큰 위기를 해소하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란 긍정적 평가가 한쪽이라면 다른 쪽에서는 ‘형평성이 부족해 시장의 불신을 가져올 근시안적 조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18일 호주계 맥쿼리증권은 “AIG에 대한 자금 제공은 미국 정부가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금액에 상관없이 어떠한 조치라도 취할 것이라는 것을 시장에 보여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위기 정도에 따라 살려야 하는 건 살리고, 죽여야 하는 건 죽이는 방식으로 사태를 수습해야 하는 만큼 형평성 문제도 지금 상황에선 고려할 사항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반면 비판하는 쪽은 AIG에 대한 85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이 ‘당사자 책임’이라는 시장경제 원칙을 훼손했으며 앞으로도 시장경제를 교란할 수 있다는 점에서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위험 투자로 인한 실패를 정부가 보전해 준다면 ‘도덕적 해이’ 문제가 생긴다는 것.
이날 뉴욕타임스는 “베어스턴스와 패니메이, 프레디맥에 이어 AIG에 대한 미 연방정부의 ‘패키지’ 지원책은 정부 간섭에 익숙한 유럽의 정책 당국자들마저 당혹스럽게 할 내용들”이라며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금융기관에 대한 ‘최종 대부자(lender of last resort)’가 아니라 ‘최종 투자자(investor of last resort)’ 역할로 탈바꿈했다”고 비꼬았다.
이번 조치가 금융시스템에 대한 우려는 줄일 수 있어도 실물경제의 취약성을 줄이는 데는 실질적 도움이 되지 못해 결국 단기적 효과를 내는 데 그칠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편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에서 구제금융을 받을 때 ‘도덕적 해이’에 대해 비판하다가 이제 자신들이 급해지니까 미국 정부에 대놓고 구제금융을 요구하는 월가 투자은행(IB)들의 이중적 행태에 대한 비판도 나온다.
한국씨티은행 오석태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미국 금융권이 맞은 상황은 과거 한국의 외환위기 상황과 본질이 같다”면서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했듯이 미국 정부도 결국 ‘자산관리공사’ 같은 기구를 만들어 부실채권을 매입하고, 예금보험공사를 만들어 부실금융회사를 지원하는 조치를 취해야 금융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수정 기자 crystal@donga.com
류원식 기자 rew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