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부터 박영하·최지원 씨 부부의 ‘뉴욕 리포트’가 격주로 연재됩니다. 박 씨는 미국 뉴욕 ‘조나 디자인’에서 시각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고, 최 씨는 현지의 유명 프렌치 레스토랑인 ‘장 조지’에서 요리사로 활동한 바 있는 감각적인 신세대 부부입니다.》
미국 하면 찬란한 횃불을 치켜들고 있는 자유의 여신상이 떠오르지만 정작 미국 사람들은 그 자유의 여신상을 품고 있는 뉴욕은 미국이 아니라고 말한다. ‘세계의 수도’라 불리는 뉴욕은 분명 미국을 대표하는 곳이지만 한편으론 가장 미국적이지 않은 도시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 스스로 생각하는 미국적인 이미지는 이런 것이다. 한적한 마을에 띄엄띄엄 이어진 목조주택들, 차를 몰고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모습, 다운타운으로 나가 외식을 하거나 각종 먹을거리와 숍, 영화관 등이 모여 있는 몰(Mall)에서 여가를 즐기는 풍경….
그러나 뉴욕은 이런 모습과는 아주 거리가 멀다. 맨해튼, 브루클린, 퀸스, 브롱스, 스테이튼 아일랜드 등 5개의 보로(Borough·한국의 ‘구’ 개념)로 이루어져 있는 뉴욕. 그중에서도 뉴욕의 심장부인 맨해튼은 우리가 영화나 드라마에서 접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것을 포함하고 있는 복잡하고 다양한 도시다.
뉴욕에서는 언제라도 세계 각지의 볼거리, 먹을거리를 경험할 수 있고 그런 것들이 서로 융화되고 충돌하면서 만든 ‘퓨전(fusion)’이라는 전혀 새로운 것을 체험할 수 있다. 다양한 문화적 소스를 접할 수 있는 이러한 환경은 뉴욕의 가장 큰 매력이다.
뉴욕은 이 같은 상징성만으로 수많은 영화의 배경이 됐다. 뉴요커들은 스파이더맨이 날아다니던 빌딩 숲을 활보하고, 오드리 헵번처럼 ‘티파니에서 아침을 맞으며’ 자부심을 느낀다. 이런 영화들을 보며 뉴요커들의 표정에서는 애시심(愛市心)을 넘어 우월감마저 느껴질 정도다. 이 때문에 뉴욕은 외국 관광객뿐 아니라 미국 국민에게도 관광, 나아가 동경의 대상이 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모습이 뉴욕의 전부는 아니다.
뉴욕은 마치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무대 뒤에 가려진 낡은 기계장치처럼 두 얼굴을 가지고 있다. 밤에도 대낮처럼 밝은 타임스스퀘어, 브로드웨이 뮤지컬가(街), 5번가 등이 있는가 하면 할렘가를 축으로 하는 빈민가 등 어두운 면도 공존하고 있다. 100년이 넘은 지하철 및 대부분의 지하공간에서는 휴대전화가 터지지 않고 밤이 되면 맨해튼 중심가를 비롯한 거리 곳곳은 쓰레기 더미로 가득 찬다.
우리나라에서는 세계의 패션과 트렌드의 중심지라는 뉴욕의 타이틀 때문에 뉴욕의 사치스럽고 화려한 면만이 부각돼 왔다. 하지만 뉴욕을 제대로 알려면 뉴욕의 포장을 벗기고 그 이면까지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박영하·최지원 younghanyc@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