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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이야기’ 인터넷 타고 안방 침투

입력 | 2008-09-20 02:59:00

인터넷 ‘바다이야기’ 게임 사이트의 캡처 화면. 사이트에 게재된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하면 10분 내에 사이버 머니로 환전된다. 대부분의 불법 게임 사이트에서는 한 번에 최대 500만 원까지, 횟수는 무제한으로 환전이 가능하도록 설정해 놓았다.


프로그램만 내려받으면 어디서든 게임

계좌이체로 현금 오가 도박장 다름없어

단속 전담기관 없어 사행성 사이트 기승

직장인 A(33) 씨는 최근 한 도박중독 상담센터에 상담을 요청했다.

그는 상담에서 “인터넷 바다이야기에 빠져 수천만 원가량을 날렸다”며 “집, PC방 등 컴퓨터가 있는 곳이라면 나도 모르게 불법 게임사이트에 접속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경찰이 최근 사행성 게임 단속 전담팀을 꾸려 사행성 게임장에 대한 집중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2년 전 온 나라를 뒤흔들었던 사행성 게임의 대표격인 ‘바다이야기’를 고스란히 인터넷으로 옮겨 놓은 불법 게임 사이트들은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인터넷 ‘바다이야기’는 게임 프로그램을 내려받는 간단한 절차만 거치면 되기 때문에 인터넷이 연결된 컴퓨터가 바로 게임기가 된다.

게임 머니 역시 해당 사이트에 나와 있는 계좌번호로 돈을 입금하면 10분 안에 사이버 머니로 바꿔주기 때문에 환전소까지 갖추고 있는 셈.

도박 중독자 치료 모임인 ‘단도박모임’의 한 관계자는 “현금으로 하는 온라인 바다이야기, 온라인 포커 사이트 등이 급속도로 증가하면서 이런 불법 게임 사이트를 통해 도박에 중독된 사람이 부쩍 늘었다”며 “인터넷의 특성상 따로 게임장을 찾지 않아도 게임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중독되는 속도도 빠르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게임물등급위원회가 8월까지 불법 게임 사이트를 모니터링한 결과 적발 건수는 1만6310건에 달했다. 지난해 전체 적발 건수가 1342건인 것과 비교하면 10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통해 ‘바다이야기’를 검색하면 ‘바다이야기 다운로드’, ‘바다이야기 2.0’ 등의 단어가 자동으로 검색될 정도다.

불법 게임 사이트들이 1주일에 한 번씩 IP 주소를 바꾸거나, 회원들에게만 e메일로 새로운 사이트 주소를 알려주는 식으로 단속망을 피해가고 있는 반면 단속은 여러 기관이 나누어 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재 불법 게임사이트 모니터링은 게임위에서, 사이트 차단은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사이트와 운영자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경찰에서 각각 담당하고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유지연 연구원은 “최근 휴대전화 스팸 문자의 대부분이 불법 게임 사이트와 관련된 것일 만큼 불법 게임 사이트가 만연하고 있다”며 “불법 게임 사이트의 단속만을 전담하는 기관을 마련해 일관된 단속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한상준 기자 always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