쇠고기 찹쌀구이
외국인 친구들은 내가 썰어놓은 무채를 들여다 보면서 연신 ‘원더풀’을 외쳐댔죠. 그때 그들의 표정은 마치 ‘TV 진기명기’에 출연한 사람을 보는 것 같았어요, 한국의 주부라면 이 정도는 한다며 겸손하게 말했지만 기분은 무척 좋았어요, 좀 더 썰어 보라고 부추기는 바람에 그날 냉장고에 있는 야채란 야채는 모두 꺼내 칼 솜씨를 자랑해 보였죠.
그렇게 잠깐 들뜬 시간이 지나고 나니 엄청나게 썰어놓은 야채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이 야채들로 뭘 하지?’ 그 순간 퍼뜩 떠오른 게 쇠고기 찹쌀구이였어요, 찹쌀가루를 묻힌 쇠고기를 얇게 구워 야채를 올려 먹는 건데 가늘게 썬 야채와 찹쌀가루를 묻혀 구워 쫄깃한 쇠고기가 그렇게 잘 어울릴 수 없거든요.
쇠고기는 퀄리티 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비타민A, B1, B2 등을 함유하고 있어 영양가가 높은 식품이예요. 수분 65∼75%, 단백질 20%, 무기질 1%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요, 특히 필수아미노산이 풍부하게 함유되어 있습니다.
찹쌀의 당질과 지방, 섬유질, 칼슘, 인, 철 등이 들어 있어 기력을 불어 넣어주는 온화한 보양식품으로 조금씩 자주 먹는 것이 좋아요.
외국인 친구들만 오면 저는 쇠고기 찹쌀구이를 준비하곤 했어요. 요리를 핑계 삼아 채 써는 솜씨를 보여주기 위해서였죠. 아마 그런 순간들이 쌓여 오늘의 나를 만들어 준 게 아닐까 싶어요. 채를 잘 써는 것이 자랑거리라고 생각해 본 적이 한번도 없었던 내가 친구들의 칭찬 덕분에 그걸 재능이라고 인정하게 되었고, 결국은 그 하나하나의 재능을 그대로 묵혀선 안 되겠구나 결심하게 되었으니까요.
이 혜 정
‘빅마마’라는 닉네임으로 더 잘 알려진 요리연구가. EBS ‘최고의 요리 비결’과 KBS1 ‘여성공감’에서 맛깔난 요리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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