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힐’ 고집하다 발가락 변형 부른다
《52개의 뼈, 38개의 근육, 60개의 관절로 이뤄진 발은 신체의 각 기관과 연결되는 중요한 부위여서 ‘제2의 심장’으로도 불린다.
발은 피곤하다.
체중을 받치고 있어야 하고 신발 속에 갇혀 있느라 바깥 구경을 할 기회도 적다.
발은 많이 쓰는 만큼 ‘탈’이 나기도 쉽다.
발에 이상이 생기면 자세가 비뚤어지고 무릎, 골반, 허리, 심지어 목까지 아프다.
발의 건강을 유지하는 방법을 보건복지가족부 지정 관절전문 힘찬병원의 도움으로 3회에 걸쳐 알아본다.》
무릎 - 허리관절에도 안좋아… 발가락 스트레칭 효과
굽 7cm 넘는 구두나 5분이상 신고 불편하면 “요주의”
각선미냐, 발 건강이냐.
가을은 ‘하이힐’의 계절이다. 날씨가 선선해지면 많은 여성이 트렌치코트를 입고 하이힐 구두로 한껏 멋을 낸다. 그러나 하이힐을 신는 것이 발 건강에 좋을 리는 없다.
회사원 윤서진(29) 씨도 다리선을 예쁘게 살려주는 8cm 이상의 하이힐을 즐겨 신는다. 하이힐에 익숙해지다 보니 오히려 굽 낮은 구두나 운동화를 신었을 때 발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하이힐은 발 질환을 일으키는 주범이다. 보기에는 예쁘고 날렵하지만 하이힐을 오래 신으면 발이 변형되기 십상이다. 발 변형 질환은 굽이 높거나 맞지 않은 신발을 장기간 신은 여성에게 흔히 나타난다.
신으로 인해 생기는 발 변형 질환으로는 엄지발가락이 휘는 ‘무지외반증’이 대표적이다. 새끼발가락 뼈가 옆쪽으로 튀어나오는 ‘소건막류’, 발가락 감각에 이상이 오는 ‘지간신경종’도 생기기 쉽다.
○ 엄지발가락 옆쪽 뼈가 튀어나왔어요
무지외반증은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는 질환이다. 엄지발가락의 튀어나온 뼈가 신발과 마찰되면서 통증을 일으킨다. 발이 평평하고 엄지발가락이 긴 사람이 하이힐이나 꽉 죄는 구두를 오래 신었을 때 잘 생긴다.
무지외반증이 생기면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밑으로 들어가거나 다른 발가락의 변형까지 일으킨다. 몸 전체를 지탱하는 발에 통증이 오기 때문에 서 있거나 걸을 때 자세가 구부정해진다. 허리, 무릎, 골반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무지외반증 초기라면 발가락 사이에 보조기를 착용하거나 교정 깔창을 깔면 통증이 줄어든다.
아파서 걷는 데 지장이 있는 정도라면 엄지발가락의 뼈와 인대를 일자로 반듯하게 잡아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수술을 받고 약 3일 후부터 특수신발을 신고 걸어 다닐 수 있다.
무지외반증 예방에는 발에 편한 신발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굽이 7cm 이상인 구두나 5분 이상 신었을 때 발이 불편한 신발은 요주의 대상이다.
엄지발가락이 과도하게 꺾어지고 폭이 좁은 신발보다 발을 넉넉히 감싸주는 부드러운 재질의 신발이 좋다. 발가락을 폈다 오므렸다 하는 발가락 스트레칭을 자주 해주면 발가락 변형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 새끼발가락이 휘었어요
소건막류는 새끼발가락의 뿌리 관절 부분이 바깥쪽으로 돌출되는 질환이다. 발볼이 넓은 사람이 앞코가 뾰족하고 굽이 높은 구두를 신었을 때 잘 생긴다.
소건막류가 있는 사람은 무지외반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다. 발바닥 앞쪽에 압력이 가해지면 무의식적으로 엄지발가락과 새끼발가락 쪽으로 힘을 주기 때문이다. 새끼발가락의 튀어나온 부분이 신발과 닿으면 걷거나 서 있을 때 아프다. 증세가 심하지 않다면 신발 속에 특수 깔창이나 패드를 집어넣으면 된다. 통증이 심해지면 튀어나온 뼈를 절제하거나 관절 윗부분에서 새끼발가락을 안으로 밀어주는 수술이 필요하다.
무지외반증과 마찬가지로 소건막류도 편한 신발을 신어 발가락에 무리를 주지 않는 것이 최우선이다. 스펀지를 발가락 사이에 끼고 힘을 줬다 빼는 스트레칭도 좋다.
○ 발가락이 쑤시고 아파요
지간신경종은 발가락의 감각을 담당하는 신경이 과도한 압력을 받거나 발가락 사이에 물혹이나 지방종이 생기는 질환이다.
걸을 때 발바닥 앞쪽에 통증이 오고 발 주변이 저리고 쑤신다. 세 번째와 네 번째 발가락 사이가 저리거나 감각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지간신경종은 남성보다 여성에게서 압도적으로 많이 생긴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으면 발가락 신경과 주변 조직이 긴장하고 압박을 받기 때문이다. 무지외반증과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지간신경종은 특별한 외적 변형이 생기지 않기 때문에 눈으로 확인하기 어렵다. 의사가 만져보거나 자기공명영상(MRI) 촬영 검사를 해보면 알 수 있다.
초기라면 부드러운 패드나 기능성 깔창이 깔린 신발을 신으면 된다. 증세가 심하면 주사를 놓아 통증을 없애는 치료를 받거나 문제가 되는 부위의 신경을 없애는 신경종 절제술을 받을 수 있다.
앞볼이 넉넉하고 굽이 낮은 신발을 신는 것이 좋다. 발가락으로 수건을 집어 올리는 스트레칭을 하면 발 근육이 단련된다.
김응수 힘찬병원 족부클리닉 과장은 “발가락은 한 번 변형되면 다른 발가락을 변형시키고 무릎, 허리 관절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며 “변형과 통증이 악화되지 않도록 적절한 시기에 치료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한 기자·의사 l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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