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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세상/김광수]파킨슨병의 희망 줄기세포

입력 | 2008-09-22 02:56:00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히어로, 마이클 폭스는 요즈음에는 영화배우보다 ‘마이클 J 폭스 파킨슨병 연구재단’의 설립자로 더 유명하다. 1991년부터 파킨슨병을 앓는 폭스는 줄기세포 연구를 지지하는 정치 광고에 출연했다. ‘반지의 제왕’ 감독인 피터 잭슨은 파킨슨병으로 숨진 친구를 기리며 줄기세포 연구비로 써달라면서 미국의 대학에 기부했다. 권투선수 무하마드 알리도 파킨슨병을 앓고 있으며, 영화배우 캐서린 헵번과 데버러 커는 파킨슨병으로 숨졌다.

미국에서만 100만 명 이상의 파킨슨병 환자가 있는데 최근 국내에서 파킨슨병으로 진단되는 환자가 늘고 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신경세포의 사멸과 감소가 원인인데, 사지와 얼굴에 떨림이 계속되고 근육이 굳어져 걷는 것이 급격히 어려워지며 신경퇴행이 계속 진행되면 사망하는 질환이다. 아직까지 왜 도파민 신경세포가 사멸하는지 정확히 밝혀지지 않아 근본적으로 예방하고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는 난치병으로 꼽힌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파킨슨병 환자와 가족뿐만 아니라 과학자는 줄기세포에 의한 치료법에 희망을 갖는다. 파킨슨병은 치료를 위해 구체적으로 어떠한 세포가 필요한지가 매우 분명하므로, 줄기세포로부터 건강하고 기능적인 도파민 신경세포를 분화시킬 수 있으면 잃어버린 파킨슨병 환자의 세포를 대신하여 이식시킴으로써 근본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세계 최초로 1987년에 스웨덴의 룬드대가 낙태된 태아로부터 신경조직을 추출한 후 파킨슨병 환자에게 이식하여 큰 치료 성과를 거둔 바 있다. 그러나 낙태된 태아 조직을 이용할 경우 윤리적인 문제가 생길 뿐 아니라 한 번 수술에 필요한 5∼10개 분량의 태아조직을 쉽게 구할 수 없고 각 조직의 상태가 상이해서 수술의 표준화를 이루기 힘든 문제점이 있었다.

정상적이고 건강한 신경세포를 이식할 경우 파킨슨병 치료에 상당한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진 상태에서 기존 연구의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과학자들은 줄기세포를 이용하여 건강한 도파민 신경세포를 만드는 데 주력하기 시작했다. 여러 종류의 줄기세포 중 배아줄기세포가 도파민 신경세포로의 분화 효율이 우수하고, 동물 모델에 이식할 경우 손상된 신경세포를 대체하고 운동 및 행동 장애와 같은 파킨슨병의 증상을 완화시키는 효과를 보인다는 점이 속속 보고되고 있다.

차병원그룹이 최근 주최한 ‘제2회 국제 공동연구를 위한 줄기세포 심포지엄’에서도 국내외의 세계적인 줄기세포 연구자들이 주목할 만한 연구 성과를 발표했는데 파킨슨병은 다른 질환에 비해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에 대한 연구가 가장 많이 이루어진 분야임이 다시 한 번 입증됐다. 폭스가 줄기세포 연구에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직도 파킨슨병을 비롯한 난치병 치료에 줄기세포를 임상적으로 안전하게 활용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장애물이 많다. 무엇보다 윤리적 문제가 없는 세포를 사용하여 암을 유발하지 않고 면역거부 현상을 극복할 안전하고 효율적인 세포를 만들어야 한다.

한국뿐만 아니라 해외에서 많은 한국인 과학자가 난치병 치료를 위한 줄기세포 연구에 매진하며 세계적 성과를 내고 있다. 정부와 학계뿐만 아니라 언론 및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성원이 든든한 밑거름이 되어 준다면 줄기세포 연구 및 치료라는 영역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김광수 포천중문의대 교수 하버드 의대 분자신경생물연구실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