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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이사람/‘자전거출장’예찬론 펴는 서중현 서구청장

입력 | 2008-09-23 06:52:00


‘주민 밀착행정’은 자전거를 타고 온다

“제가 자전거를 타고 나타나면 주민들이 친밀감을 느껴 먼저 인사를 하고 말을 걸기도 해요. 밑바닥 여론 청취에 상당한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자전거를 타면서 운동량이 늘어나 건강도 부쩍 좋아진 것 같아요.”

서중현(57) 대구 서구청장은 22일 자전거를 타고 막 사무실에 돌아온 뒤 햇볕에 약간 그을린 얼굴로 환한 표정을 지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올해 7월 말부터 가까운 곳으로 출장을 가거나 현장을 방문할 때 승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한다. 이를 위해 공무용 전동 자전거 1대를 구입했다.

올해 6월 실시된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그는 주민들에게 좀 더 가까이 다가가 애로사항 등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로 마음먹고 이를 행동으로 옮긴 것.

때마침 기름값이 폭등하던 시기여서 에너지 절약을 위해 솔선수범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했다.

그는 “처음에는 출장 수단으로 도보를 생각했으나 시간이 걸리고 기동성이 떨어지는 것 같아 자전거를 택했다”며 “50여 일간 자전거를 타고 87곳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그가 두 달 가까이 다닌 거리는 121km나 된다.

이 기간에 그가 이용 중인 구청장 관용차가 소비한 휘발유는 182L로 종전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가까이 줄었다.

그는 “‘자전거 출장’ 중 관내에서 봉사활동하는 분을 만나면 내려서 격려하기도 하고 생업에 종사 중인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며 접촉을 늘리고 있다”며 “출장을 다녀온 뒤 땀으로 젖은 몸을 씻을 수 있는 샤워시설이 청사에 마련돼 있지 않아 하루에도 두세 번씩 속옷을 갈아입을 때도 많다”며 웃었다.

또 그는 승용차를 이용하면 찾아갈 수 없는 골목길 등을 자전거로 찾아가 주민들의 사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문제가 있으면 해결 방안을 모색한다고 덧붙였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것에 대해 ‘전시성 이벤트나 쇼를 하는 모습으로 비칠 수 있다’며 주위에서 말리는 분도 있었어요. 하지만 세간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앞으로도 자전거를 출장 수단으로 계속 이용할 생각입니다.”

그는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니 자전거전용도로의 필요성을 절감했다”며 “우선 서구의 기존 인도를 자전거 이용자와 보행자가 함께 이용하도록 하고 단계적으로 예산을 확보해 자전거전용도로를 확충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1988년 10년간의 교사생활을 접고 제13대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하는 등 지금까지 국회의원, 구청장, 대구시의원 선거 등에 총 10차례 나선 그는 ‘오뚝이 정치인’으로 불린다.

경북대사대부고와 경북대 철학과를 졸업한 그는 대구시의원, 대구경제살리기운동본부 본부장 등을 거쳤다. 부인 김혜영(53) 씨와의 사이에 1남 2녀를 두고 있다.

한편 서구는 직원 15명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등 자전거 이용자가 점차 늘고 있다.

서구는 올해 7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자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직원 중 본인이 원할 경우 반바지나 7분 바지를 입고 사무실에서 근무하도록 허용하기도 했다.

또 에너지 절약을 위해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을 ‘야근 없는 날’로 정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직원들이 모두 퇴근해 가사를 돌보거나 취미생활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서 구청장은 “비가 내리는 날이나 장거리 출장 때는 안전을 위해 자전거 대신 승용차를 이용하지만 주민들과 만나 ‘소통’하는 수단으로는 자전거가 최고”라고 강조했다.

정용균 기자 cavati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