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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포항-안동 ‘문어 마케팅’ 뜨겁다

입력 | 2008-09-24 07:09:00


포항 내달초 ‘돌문어 축제’개최… 대대적 홍보나서

안동 제수용 해산물 전통살려 지역 특산물로 육성

경북 동해안에 위치한 포항시와 내륙에 있는 안동시가 ‘문어(文魚)’ 마케팅 경쟁을 벌여 눈길을 끌고 있다.

포항시는 남구 대보면 어민들과 함께 ‘제1회 호미곶 돌문어 축제’를 개최키로 했다. 다음 달 3∼4일 대보항과 호미곶 광장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는 문어 잡기 체험과 예쁘게 썰기, 문어 퀴즈, 문어 요리 등의 프로그램이 선보인다.

축제 관계자들은 최근 동대구역 광장에서 돌문어 축제 홍보행사를 열었다. 어민들은 호미곶 앞바다에서 잡은 문어 150kg을 가져와 맛을 보였으며 문어를 삶은 물로 ‘문어차’를 만들어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포항시가 이 축제를 마련한 것은 문어가 포항의 특산물이나 인지도가 낮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포항에서 잡은 문어는 2442t으로 경북 전체 어획량의 79%를 차지했다.

이길봉(62·대보면 선주협회장) 축제추진위원장은 23일 “호미곶 앞바다의 물살이 빠른 바위틈에 사는 돌문어의 맛은 일품”이라며 “축제를 통해 포항 문어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고 말했다.

포항시는 호미곶 문어를 구룡포 과메기에 이어 대표적인 지역 특산물로 키워나갈 계획이다.

포항시 해양수산과 관계자는 “해맞이 축제 등으로 전국적인 명성을 쌓고 있는 호미곶을 문어와 연결해 이색 관광상품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포항 문어의 콘셉트를 ‘건강과 관광’으로 잡고 소비자에게 다가간다는 전략이다.

한편 안동시는 ‘선비의 고장’ 이미지를 문어와 연결하는 마케팅을 도입하고 있다.

안동 중앙시장 등의 14개 문어 점포는 해안에서 가져 온 살아 있는 문어를 연간 400t 정도 판매할 정도로 수요가 많다.

이는 안동 등 경북 북부지역의 경우 예로부터 문어가 잔치나 제수용으로 귀하게 여겨져 왔기 때문이다.

안동시는 문어를 ‘한국정신문화의 수도’라는 도시 브랜드와 연계하고 있다. 문어는 한자 그대로 선비와 학문의 콘셉트에 가장 어울리는 해산물이라는 것이다.

안동민속박물관 손상락 학예사는 “문어는 학문을 즐기고 숭상하는 정신세계를 대표하는 해산물”이라며 “문어가 제수용으로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손 학예사는 “혈통을 중시하는 안동 선비들은 문어의 다리 8개(팔족·八足)는 부모와 처가 등 ‘팔족(八族)’을 의미하는 것으로, 둥근 머리는 원만한 도(道)의 깨달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생각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또 바다 밑에서 몸을 낮춰 점잖게 다니는 모습은 선비의 걸음과 흡사하며, 문어의 먹물은 글공부하는 선비들이 먹물이 갑자기 떨어졌을 때 요긴하게 사용할 수 있는 비상용이기도 했다는 것.

해양생물학자들의 연구에 따르면 문어는 척추가 없는 동물 중에서 매우 복잡한 뇌를 가져 시행착오를 겪으면 기억을 했다가 문제를 해결한다고 한다.

안동시는 문어를 간고등어에 이은 대표적 지역 특산물로 육성할 준비를 하고 있다.

안동시 이성옥 전통음식문화담당은 “2013년까지 간고등어와 문어 등을 주제로 안동음식종합타운을 건립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