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연금제도발전위원회가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선안은 눈 덩이처럼 불어날 연금 적자폭을 이명박 정부 임기 중에는 현 수준으로 묶어두자는 반쪽짜리 개혁이다. 개선안은 공무원의 기여금(연금보험료)을 27% 늘리고 연금지급액은 최고 25%까지 줄임으로써 연금재정 적자폭을 줄이겠다는 내용이다. 그러나 불합리한 연금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지 않고 ‘급한 불만 끄고 보자’는 식이어서 실망스럽다.
위원회에는 강력한 발언권을 가진 이해당사자들이 많이 들어갔다. 공무원노조 대표와 노조 추천 인사, 퇴직공무원인 수급자 대표들이 전체 위원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해 근본적인 개혁안을 거론하기 어려운 분위기였다. 현직 공무원의 기득권은 손도 못 댄 채 아직 임용되지 않은 신규 공무원의 수급액만 줄이는 안(案)이 만들어진 것은 그 때문이다.
2003년 599억 원이던 공무원연금 적자액은 2005년 6095억 원으로 급증했고 금년엔 1조3000억 원으로 치솟았다. 정부는 이번 연금개선안이 시행되면 향후 5년간 연금 적자액이 연평균 2조7900억 원에서 1조3600억 원으로 51% 절감된다고 주장하지만 매년 1조3000억 원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우기는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명박 정부의 임기가 끝난 뒤부터다. 1조3000억 원대에 묶였던 연금 적자폭은 2012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서 2018년에는 현재의 5배 규모인 6조129억 원까지 늘어난다. 적자보전금에 연금부담금, 퇴직수당을 합친 연금 관련 총재정 부담금 추산액도 내년도 4조9329억 원에서 2018년에는 13조6512억 원으로 약 3배로 늘어난다. 언젠가 터질 연금폭탄을 차기 정권에 넘기는 ‘폭탄 돌리기’나 진배없다.
원세훈 행정안전부 장관이 6월 “신규 공무원뿐 아니라 재직 공무원들도 국민연금 수준으로 내고 받도록 하겠다”고 한 발언에서도 한참 후퇴한 것이다. 지난 정부에서 폐기된 개선안보다도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지금 공무원 보수체계는 과거 공무원 급여가 민간에 비해 크게 떨어졌을 때 만들어진 것이다. 지금은 신분이 안정되고 노후까지 탄탄하게 보장되는 공무원과 교사가 대학생이 선호하는 1등 직업이다. 지난해 개정된 국민연금과의 형평성을 생각해서라도 공무원들이 고통을 분담하는 안을 내놓았어야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