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아홉, 젊디 젊은 두 힙합 청년이 1년여 만에 발표한 음반 제목이 ‘라스트 데이즈 : 최후의 날’이다.
‘유쾌, 상쾌, 통쾌’로 대변되는 이 역동적인 2인조에게 비장함과 절박함마저 묻어나는 제목 ‘최후의 날’은 기존 이미지에 대한 파격적인 반란이다. 그래서 의아하고 낯설다.
“우리에게도 후회가 있고, 아픔이 있었으며 남 몰래 흘린 눈물이 있었어요. 대중에게 항상 경쾌한 웃음을 줬지만, 최후의 날을 준비하고 있었죠. 슬픈 피에로처럼 말이에요.”
다이나믹 듀오(최자, 개코)에게 ‘최후의 날’이란, 실패와 좌절도 있었지만 젊음과 성공을 향한 열망으로 충만했던 20대의 마지막이다. 인생의 전환점, ‘서른’에 대한 두려움과 설렘 그리고 막연한 기대다. 또 이번 앨범, 4집이 마지막 정규앨범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앨범 제목을 ‘라스트 데이즈 : 최후의 날’로 지었다.
“지금의 음반시장 상황을 보면 이번이 정규앨범으론 마지막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년 입대할 것 같은데, 군대갔다 오면 그때는 앨범은 없어지지 않을까요?”(최자)
최후의 날들을 보내고 있다는 생각에 이들은 요즘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느껴진다고 했다. 또 헤아려보면 입대 전까지 해야 할 일도 너무 많다. 2006년 가을, ‘아메바 컬쳐’라는 음반 레이블을 설립한 다이나믹듀오는 입대전까지 자신들이 발굴한 신인들의 음반을 프로듀싱해 데뷔시켜야 하고, 자신들의 싱글도 발표해야 된다.
- 앨범 제목이 비장해선 그런지, 이번엔 가사가 매우 ‘건전’하다.
“이번에는 수록곡 절반이 (방송심의에서)한 번에 통과됐다. 예전엔 타이틀곡만 통과돼도 성공적이었는데….”
- 마지막 앨범이란 생각에 심의에서 자유롭고 싶었나.
“의도한 건 아닌데, 나이가 한두 살씩 들다보니, 비판적인 가사들이 점점 없어지고, 사회현상들에 대해 이해하려 들게 됐다. 안 좋은 일 있으면 예전에 비판만 했는데, 이젠 ‘얼마나 힘들었으면 그렇게 했겠느냐’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보니 가사가 부드러워졌다.”
- 달변이고 유쾌한 이미지인데, 오락프로그램은 왜 출연하지 않나.
“그곳은 전쟁터다. 살벌하다.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말을 도중에 끊어야 하고…. 우리들에겐 맞지 않다.”(개코) “새 음반을 알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없다는 게 아쉽다.”(최자)
- 전 매니저 LJ가 방송인으로 활약이 대단한데. (LJ는 2004년∼2005년까지 다이나믹 듀오 1,2집 매니저였다)
“LJ는 워낙 끼가 많고, (방송에 대한)욕망이 많았다. 개그맨 시험을 치른 전력도 있다. 그런데, 아직 안 튀는 것 같아서 아쉽다.”
- 4집의 큰 특징은 무엇인가.
“예전보다 부담을 많이 덜고 만들었다. 대중이 우리에게 원하는 이미지, 역동적이고 쾌활하고, 신나는 것, 그런 것에서 편해졌다. 우리도 인간인지라 심심한 감성, 차가운 감성이 있는데, 그런 면을 다 보여주고 싶었다. 다이나믹하지 않은 음악도 우리에겐 많다.”(개코)
“그간 우리가 모든 음악을 만들었다. 이번엔 우리가 못하는 부분은 전적으로 맡겨버리고, 우리가 잘하는 것만 집중했다. 그래서 사운드가 신선하다.”(최자) 이들은 20대의 마지막 날을 ‘최고의 날’로 보낸 후, 서른 살의 새로운 날들을 다시 준비하겠다고 했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사진 = 김종원 기자 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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