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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thing 스페셜, ‘신의 섬’ 발리의 재발견

입력 | 2008-09-25 08:27:00


발리의 바람은 시원하다.

땀에 흠뻑 젖었더라도 그늘로 가면 언제 그랬냐는 듯 피부가 뽀송뽀송해진다. 해가 쨍쨍 내리쬐는 곳에서도 꼭 미풍은 따라온다. 인도네시아의 섬 발리가 최고의 신혼여행지로 손꼽히는 것은 수려한 정경을 뽐내는 이국적인 휴양지인 까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선선한 바람 탓일 게다.

신혼부부가 우연히 심한 갈등을 빚었더라도 아무 걱정 없다.

아등바등 싸우려고 해봐야 절대 싸울 수 없는 곳이 발리다. 최적의 기후 때문이다. 지금 발리에 가면 한국의 가을과 봄만큼이나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드는 날씨가 신혼부부를 흡족한 기분으로 이끈다.

발리의 하늘을 올려다보면 곳곳에 커다란 연이 바람 따라 둥둥 떠다닌다. 얼레를 얼마만큼 풀었는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높은 상공에서 연이 날고 있다. 매년 6월에 개인 연을 들고 나와서 연날리기 대회를 할 정도로, 발리 사람들은 연을 좋아한다.

가오리 모양에서 진귀한 새의 모양까지 디자인도 가지각색이다.

“왜 이렇게 연이 많냐”고 현지인에게 물어보니 당연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 “발리 사람들은 연 날리기를 좋아한다. 출근 전에 연을 날리고 나가는 사람도 있다”고 말한다. “백수가 더 많이 날린다”고 농담도 건넨다.

발리 하늘의 연은 발리 사람들 같다.

연은 인공적이지 않다. 공기의 흐름에 따라 유유히 하늘을 난다. 기계적이고 인위적인 것보다는 토착적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사는 발리 현지인들의 풍경이 연날리기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신비로운 섬 발리를 여행하기 전에 꼭 알고 가면 좋을 몇 가지 발리 매력을 소개한다.

발리는 신들의 섬이다?

발리는 신들의 섬 , 맞다! 곳곳에 신이 있다. 우리나라 도깨비 모양과 흡사한 바롱신, 독수리처럼 생긴 가루다 신 등 발리 곳곳에서 신비로운 신의 조형물을 볼 수 있다. 성인의 수 천 배는 될 만큼 커다란 크기의 위용을 자랑하기도 하고, 사람 손바닥만큼 작은 모양의 조각도 있다.

발리는 힌두교의 나라다. 힌두교는 창조의 신, 돌봄의 신, 파괴의 신이 세상을 관장한다. 사람들은 하늘과 땅에 절하며 신이 노하지 않도록 매일 사원에서 기도를 한다. 해에게, 불에게, 모든 자연물을 향해 ‘좋은 머리’, ‘좋은 생각’, ‘좋은 말’을 하게 해달라고 빈다.

기도를 할 때는 불손한 생각을 막기 위해 다리가 드러난 사람은 치마를 입고 바지를 입은 사람도 허리춤에 노란 띠를 둘러야 한다.

발리는 집집마다 사원이 있기 때문에 집 안에서도 제사를 올리고, 공동으로 사원에 가기도 한다. 인도네시아에는 이슬람교도들이 많은 것에 비해, 이곳은 다르다. 애니미즘의 토착종교와 힌두교가 결합돼 발리만의 종교를 지키고 사는 특이한 곳이다.

사람들은 선과 악의 세계를 믿고, 선의 세계에서 살려고 노력한다. 선악이 뚜렷해서 사람들도 무엇이든 착한 것과 나쁜 것을 구분한다.

발리에서는 오른손은 착한 손이고 왼 손은 나쁜 손이다. 사람을 부를 때 오른손을 써야지 왼손은 쓰면 발리 예의에 어긋난다.

선을 실행하려는 노력 탓인가? 발리 시골 사람들은 욕심이 없다.

발리 일반 주택을 무작정 들어가 구경해도, 제사용품을 만들고 있는 할머니는 부담 없이 둘러보라고 말한다. “이렇게 관광객들이 너도나도 구경하고가면 정부에서 돈을 주는가? 불편하지 않냐?”는 물음에 도리어 의아해한다. “발리 사람들은 그런 거 신경 안 쓰는데…” 돌아오는 대답은 너무나 소박하다.

발리는 예술가 공동체?

발리 곳곳에서는 곰지락곰지락 무언가를 열중해 만드는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시내가 아니라도 작고 아기자기한 물품을 파는 수공업계 가계가 동네마다 즐비하다. 나무껍질의 표면을 그대로 유지해 만든 수첩, 색실로 짠 운동화 끈, 조개로 엮은 목걸이 등 갖가지 공예품이 가득하다.

눈에 띄는 자원이 없던 발리 사람들은 무엇이든 ‘만드는 것’을 잘해서 주민 대부분이 예술가처럼 심미안이 뛰어나다고 여겨도 무방할 정도란다.

일반인들도 꾸준히 제사용품을 만들고 있는데, 그것 또한 눈썰미나 손재주가 꼼꼼하지 않으면 쉽게 만들 수 없는 것이다. 풀을 사방으로 엮어서 그릇을 만든 뒤 그 위에 꽃과 쌀을 얹은 제물은 발리 어디에서든 만날 수 있다. 공항의 화장실, 시내의 나이트클럽 앞, 바닷가 모래사장의 한가운데 등 장소불문 발리의 제사용품을 맞닥뜨릴 수 있다. 절대 밟으면 안 된다. 신을 모시기 위해 공들여 현지인들이 만들어놓은 것이다.

발리만의 밤 문화 ‘꾸따’ 시내

서울의 명동과 홍대시내처럼 상가들로 번화한 도시 ‘꾸따’는 발리 여행객들이 꼭 들르는 곳이다. 저렴한 가격으로 해물 요리도 배불리 즐길 수 있고, 밤거리 야경도 볼만한다. 꾸따 시내에는 그림 가게나 공예품 가게, 해양스포츠용품 상점도 있어 쇼핑하기에도 편리하다. 쇼핑을 할 경우, 꼭 흥정을 해야 한다. 처음에는 50% 절반을 깎았다가 다시 30% 정도를 깎으면 된다.

곳곳에 요란한 사운드가 가득한 클럽이 많은 곳이 꾸따 시내다. 뒷골목으로 가면 으슥한 발리의 느낌도 접할 수 있다. 서울 청계천처럼 말을 타고 꾸따 시내도 달릴 수 있다.

발리의 나이트클럽은 엑스터시 등의 약물이 거래되는 곳이다. 불법이다. 경찰에 적발되면 그냥 현지에 감금된다. 호주의 모델이 클럽에서 약물을 복용하다 2년째 발리에 살고 있다고 한다. 나이트클럽 주인들은 거의 현지 경찰이다. 발리 현지 관광가이드는 “발리 사람들은 경찰이 되고 싶어 한다. 키 제한도 있다”고 말했다. 경찰이 되고 싶은 이유는 “뇌물을 많이 받기 때문”이란다.

발리의 사랑은?

한국인들이 ‘발리’하면 떠올리는 것은 청춘남녀의 아릿한 사랑이다. 소지섭, 조인성, 하지원 주연의 SBS 인기 드라마 ‘발리에서 생긴 일’ 탓이다. 그들은 발리에서 사랑의 설렘과 자살에 치달은 이별을 경험한다.

연애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한 발리, 그렇다면 발리 사람들의 사랑은 어떨까? 발리인들은 힌두교의 결혼 풍습을 따른다. 예전에는 중매가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연애 결혼도 한다. 계급 사회이기 때문에 결혼하게 될 경우, 신랑의 신분을 부인이 따라간다. 딸이 만약 더 높은 신분의 집안 남자와 결혼하면 부모는 딸에게 존댓말을 써야 한다.

결혼 비용은 신랑이 준비하며, 힌두교에서는 10살 차이가 나는 커플을 제일 좋은 커플로 여긴다. 결혼 후 신랑, 신부는 한 방에 내내 함께 있어야 한다. 방에서 나갈 수가 없다. 가족 공동체를 유지할 아이를 낳아야 하기 때문이다. 농경 사회였던 발리는 옛날에는 2주 동안 신혼부부가 갇혀서 방에서 나가지 못했다. 밥은 다른 식구들이 방 안으로 넣어준다. 요새는 다행히 3일만 방 안에 있으면 된다. 이렇게 끔찍이도 붙어있는 발리 부부들은 이혼이 불법이다. 이혼 자체가 금지돼있다.

발리의 관광 산업 중 유명한 클럽 문화는 발리인들에게 그다지 환영받지 못한다. 나이트클럽은 12시부터 시작하는데, 그 전에 발리인들은 잠을 잔다. 그 시각에 클럽에 있는 남녀에 대한 이미지가 현지인들에게는 좋지 않기 때문에, 결혼상대로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발리 | 변인숙 기자 baram4u@donga.com

사진 =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화보]‘신들의 섬 · 지상낙원’ 인도네시아 발리의 풍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