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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산책]4년 전 예측대로 움직이는 축구협회

입력 | 2008-09-26 03:00:00


2005년 4월 월간 신동아에 ‘한국 축구의 향후 권력 판도’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해 초 정몽준 회장이 대한축구협회장을 네 번째 연임하며 “다음엔 그만두겠다”고 선언해 차기 회장은 축구인이 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에 미리 4년 뒤를 전망해 본 글이었다.

1997년 정 회장에 맞서 회장 선거에 나왔던 허승표(한국축구연구소 이사장) 전 축구협회 부회장의 인터뷰도 함께 실었다.

당시 내린 결론은 차기 축구협회장은 조중연 부회장이었다. 축구인들은 전반적으로 이회택 부회장을 더 지지하고 있지만 정 회장 옆에서 전무이사와 실무 부회장을 지내며 2002년 한일 월드컵을 성공적으로 이끈 행정력에선 조 부회장이 앞섰다. 게다가 이 부회장은 “난 행정에는 관심이 없다”고 말해 왔다.

1997년 이후 4년마다 “이번엔 축구인이 회장을 해야 한다”며 정 회장을 맹공격했던 허 전 부회장은 지지 기반이 너무 취약했다. 축구협회나 축구계에서 정 회장으로부터 ‘홀대받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만 그를 따르고 있다.

정 회장이 축구협회를 떠난다고 해도 업무의 연속성 차원에서 정 회장과 뜻이 맞는 사람이 회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 회장은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으로 앞으로도 축구계에 계속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정 회장을 정면으로 비판하며 각을 세운 허 전 부회장은 ‘정심(鄭心)’을 얻기 힘들 것이다.

공교롭게도 2009년 초 차기 축구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요즘 축구계는 당시 전망대로 움직이고 있다. 정 회장의 한 측근은 “정 회장이 이제 축구인이 회장을 맡을 때라는 판단을 내렸다. 조 부회장을 후보로 내세울 가능성이 크다”고 귀띔했다. 정 회장이 조 부회장 곁에 ‘축구인의 대부’ 이 부회장을 보좌역으로 내세워 축구계 전체의 화합을 도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허 전 부회장이 출마한다면 2파전 구도를 형성한다. 현재로선 ‘정심’을 얻은 조 부회장이 유력하다. 허 전 부회장이 분위기를 역전시키려면 대의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