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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밥 허버트]7000억 달러 수혈만이 해법인가

입력 | 2008-09-26 03:00:00


대공황 이래 최악의 금융위기를 가져온 바로 그 사람들이 7000억 달러의 구제금융 운운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는가. 다른 의견은 없을까.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 앞으로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 것인지 누구도 알지 못하기 때문에 현 사태에 대해 좀 더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

시사주간지 뉴스위크가 최신호에서 ‘헨리 왕’이라고 부를 만큼 막강한 권한을 부여받은 헨리 폴슨 재무장관은 맹렬히 돌진하는 폭주 자동차처럼 서두르고 있다.

폴슨 장관은 21일 “1주일 내로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며 구제금융 법안을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의회에 요청했다. 난봉꾼으로 전락한 미국 금융산업을 구제하기 위한 그의 급조된 계획은 지금은 7000억 달러지만 나중에는 1조 달러를 넘어설 수도 있다.

21일 각 방송사 토크쇼에 잇따라 출연한 폴슨 장관은 ‘하늘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하는 것 같았다. 납세자들이 며칠 내로 7000억 달러를 내놓지 않으면 모든 것이 끝날 것처럼 말이다. ‘계약서의 단서조항을 꼼꼼히 살펴볼 시간이 없어요, 빨리 도장을 찍어요…’ ‘이 사람 믿어주세요’라고 읍소하는 세일즈맨처럼.

속도를 좀 늦출 필요가 있다. 많은 사람이 약관의 단서조항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모기지의 사탕발림에 현혹되면서 궁지에 빠져버렸다.

(금융에 대해) 잘 아는 체하던 모기지 판촉업자들과 월가 금융인들은 허상이 와르르 무너져 내리기 직전까지도 악성 서류조각의 가격을 계속 끌어올렸다. 자신을 파멸로 몰 수 있는 약관의 단서조항은 보지도, 이해하려 하지도 않은 채 말이다.

맞다. 금융시스템은 거의 붕괴에 가까워졌다. 가능한 한 빨리 안정시켜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헨리 왕’의 명령인 7000억 달러 구제금융이 최선의 해결책인지 알지 못한다. 이 파국의 핵심인 복잡한 모기지 계약서처럼 누구도 폴슨 장관의 처방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모르고 있다.

이 중요한 구제금융의 문제점, 허점, 의도치 않은 결과에 대해 연구하려면 전문가들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 (지원 규모를 1500억 달러로 축소하자는) 민주당의 주장 같은 땜질식 수정으론 불충분하다. 납세자들이 얼마나 부담해야 할지 합리적인 견적이 필요하다.

필자는 “정부는 신속히 움직여야 하지만 납세자들의 돈이 반드시 필요한 곳에만 사용될 것이라는 점을 확실히 할 필요가 있다”는 딘 베이커 경제연구센터(CEPR) 공동소장의 말에 동의한다.

벌써 로비스트, 은행가, 월가 금융인들은 7000억 달러의 용처에 대해 ‘박 터뜨리기’ 경기에 참가한 아이들처럼 들떠 있다. 폴슨 장관의 계획 속에 이들의 구미를 당길 만한 뭔가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시간이 없다. 그러나 대안적인 목소리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오랫동안 경제를 운용해 온, 그리고 경제를 망쳐버린 사람들이 48시간 또는 96시간 내에 일을 다시 제대로 돌려놓을 것으로는 생각할 수 없기 때문이다.

폴슨 장관은 여름 내내 미국 경제는 건전하다고, 장기적인 펀더멘털은 튼튼하다고 말해 왔다. 침체의 원인인 집값 하락이 진정되면 연말쯤엔 경제성장률이 반등할 것이라고도 했다. 하지만 그의 말은 이미 틀렸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에 대해 말하자면 그는 입을 다물고 있는 편이 나을 것이다.

미국 경제를 거대한 카지노처럼 취급했던 자유시장의 광인들에게도 좋은 시절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들을 무대에서 끌어내 내던져야 할 때다.

밥 허버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