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앉은 자리가
꽃자리니라.
네가 시방
가시 방석처럼 여기는
너의 앉은 자리가
바로 꽃자리니라.
반갑고
고맙고
기쁘다.
―구상·1919∼2004·‘꽃자리’ 전문》
끝내 닿지 못한 나의 잎… 꿀꺽, 목젖 아픈 그리움
젊을 때는 꽃이 보이지 않는다. 꽃은 구만리장천 너머 그 어디쯤에 있다고 믿는다. 발밑의 들꽃 같은 것은 아예 눈에 차지도 않는다. 먼 훗날 만나게 될 그 크고 황홀한 꽃. 우아하고 눈부신 꽃. 가슴 두근두근 향기로운 꽃. 젊은이들은 ‘그 무지개 꽃’을 향해 달리고 또 달린다.
꽃은 산에 오를 때도 보이지 않는다. 산봉우리가 바로 꽃이기 때문이다. 그 꽃은 손에 잡힐 듯 바로 가까이 서 있다. 허겁지겁 기를 쓰며 오른다. 하지만 막상 한 등성이를 오르면 정상은 한걸음 성큼 물러서 있다.
꽃은 산에서 내려갈 때 비로소 눈에 뜨인다. 모든 꿈조차 사라져, 터벅터벅 무심히 내려올 때 보인다. 꽃은 길섶 ‘저만치 혼자’ 웃고 서 있다. 올라갈 때도 거기 있었다. 언제나 그곳에서 혼자 피었고, 홀로 꽃잎을 떨어뜨렸다. 혼자 바람을 견뎠고, 홀로 싹을 틔웠다. 그리고 열매를 맺었다.
고은 시인은 노래한다. ‘내려갈 때/보았네/올라갈 때/보지 못한/그 꽃(‘그 꽃’ 전문)’. 송기원 시인도 탄식한다. ‘지나온 어느 순간인들/꽃이 아닌 적이 있으랴.//어리석도다/내 눈이여.//삶의 굽이굽이, 오지게/흐드러진 꽃들을//단 한번도 보지 못하고/ 지나쳤으니. (‘꽃이 필 때’ 전문)’.
꽃은 역시 가을꽃자리가 한갓지다. 계절이 익어야 꽃도 제자리를 잡는다. 봄꽃은 불안하다. 우르르 잎보다 먼저 피어나, 바람 한 번 건듯 불면 우수수 떨어져버린다. 땅바닥에 나뒹구는 꽃잎은 참혹하다. 짠하다.
滂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