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韓-印 FTA 타결 재계 환영
주춤하던 수출에 파란불… 전자 - 車 - 철강 ‘수혜’
‘신흥시장 공략의 1차 전진 기지가 마련됐다.’
한국과 인도 간 자유무역협정(FTA) 격인 포괄적 경제동반자협정(CEPA)이 2년 6개월간의 협상 끝에 사실상 타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국내 산업계는 대체로 이 같은 반응을 보였다.
▶본보 26일자 A1면 참조
▶ ‘韓-인도 FTA’ 사실상 타결
박종남 대한상공회의소 조사2본부장은 “한-인도 CEPA는 한국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등 이른바 ‘브릭스(BRICs)’ 국가와 체결한 최초의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의의가 크다”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특히 “한국이 유럽연합(EU) 일본 중국 등 경쟁국들보다 한발 앞서 인도와의 협상을 타결해 대표적인 신흥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보였다.
○ 인도 시장에서 가격경쟁력 강화 기대
한국의 대(對)인도 수출액은 2003년 28억5300만 달러, 2004년 36억3200만 달러, 2005년 45억9800만 달러, 2006년 55억3300만 달러, 지난해 66억 달러로 계속 증가해왔다. 그러나 전년 대비 수출 증가율은 2003년 106.1%의 폭발적 증가세를 보인 뒤 하향세를 보였고 지난해에는 19.3%에 그쳤다.
한-인도 CEPA는 잦아들던 한국의 인도 수출 불꽃에 ‘기름’을 붓는 효과를 낼 것으로 산업계에선 기대하고 있다.
박 본부장은 “풍부한 자원, 우수한 노동력, 발달된 정보기술(IT) 등을 보유한 인도 시장에서 한국 제품의 경쟁력이 높아질 것”이라며 “자동차부품, 철강, 기계류 등을 중심으로 대인도 수출이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도 “한국에서 조달하는 부품에 매겨지는 5∼10%의 관세가 줄어들면 가격경쟁력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인도 노이다와 첸나이 2곳에 생산공장을 보유하고 휴대전화, TV, 냉장고, 세탁기 등을 현지에서 생산하는 등 어느 기업보다 인도 시장 공략에 정성을 쏟아왔다.
LG디스플레이 관계자도 “현재 인도의 LG전자, 마쓰시타, 필립스 공장 등에 액정표시장치(LCD) 모듈을 수출하고 있다”며 “디스플레이 부품도 관세감면 대상이 된다면 가격 혜택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포스코는 고급 철강제품 수출량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포스코경영연구소의 관계자는 “현재 5%인 수출관세가 없어지면 철강제품 수출량이 약 1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최근 인도 자동차 산업이 성장하고 있어 더욱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 직간접 파생 효과도 클 듯
엄치성 전국경제인연합회 아시아팀장은 “한-인도 CEPA의 타결은 한국 제품의 수출 증가라는 직접적 효과 이외에 현지 투자에 대한 인도 당국의 우호적 분위기 조성 등 다양한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포스코의 인도 일관제철소 프로젝트 등이 더욱 원활하게 추진될 수 있을 것이라고 엄 팀장은 전망했다. 포스코 측도 “일관제철소 사업 추진이 탄력을 받게 되고 포스코와 동반 진출하는 관련 회사들이 현지에서 기자재를 더 쉽게 공급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기대했다.
IT서비스 업체인 삼성SDS도 CEPA 타결의 효과로 한국 기업의 인도 진출이 급격히 늘어날 경우 공급망과 물류시스템 구축 수요가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구체적 전략 수립에 조만간 착수할 예정이다.
다만 업종 특성에 따라 산업계 일각에서는 부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한국섬유산업연합회 측은 “섬유산업은 노동 집약적이기 때문에 한국이 후진국과 FTA를 맺으면 불리하다”며 “인도에서 수입하는 섬유 물량이 수출하는 물량보다 훨씬 많은 상태인데 이번 CEPA 체결로 그런 추세가 더 강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인도 시장의 최근 성장세가 주춤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보고 접근하는 전략적 공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홍석빈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인도 경제가 향후 2, 3년간 (예전의) 9%대의 높은 성장률을 회복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며 “그래도 인도 소비시장의 성장 잠재력은 매우 높기 때문에 장기적인 시각을 가지고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
김창덕 기자 drake007@donga.com
조은아 기자 ach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