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에선 사교육 문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지난 정권에서 교육부총리를 지낸 김진표 민주당 의원은 “중학생들에게 사교육을 왜 받느냐고 물어보면 ‘특목고에 진학하기 위해 받는다’고 대답한다”며 “외국어고가 사교육 발원지”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의 권영진 의원이 “국회의원들도 솔직해져야 한다”며 맞받았다. 그는 “국회의원 중에도 자녀를 외국어고 보내려고 과외시키는 사람들이 많다”며 “일반 고교에서 원하는 교육을 해주지 못하니까 외국어고로 보내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사교육의 근본 원인은 일반 고교의 부실에 있다는 주장이었다.
▷교육학자로 교육부 장관을 지낸 문용린 서울대 교수는 26일 열린 한 세미나에서 ‘평준화 실패론’을 폈다. 1973년 평준화 정책이 실시되기 이전까지는 학교 간, 교사 간에 잘 가르치기 위한 경쟁과 활력이 있었으나 평준화 이후 신입생이 강제 배정되면서 좋은 학생을 받기 위한 학교 사이의 경쟁이 무의미해졌고, 학교 내에 ‘무(無)긴장 무경쟁’의 분위기가 팽배해졌다는 것이다.
▷학교가 학생 학부모의 기대와 욕구에 부응하지 못하자 학교 밖에서 기대를 충족시키려고 사교육을 찾게 됐다는 게 그의 분석이다. 지금까지 숱한 사교육 논쟁이 있었으나 일선 학교가 제 역할을 하면 사교육이 줄어들 것이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했다. 평준화 정책도 보완되어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런데도 최근 ‘평준화 고수’ 세력의 반격이 거세게 나타나고 있다.
▷전교조 서울지부가 다음 달 실시되는 국가 차원의 학업성취도 평가를 거부하고 나섰다. 평가를 거부하는 학생 학부모와 함께 시험 당일 일제히 야외로 체험학습을 나가겠다는 것이다. 전국적인 학업성취도 평가는 평준화로 실종된 경쟁 분위기를 일부나마 되살리기 위함이다. ‘평준화 온실’을 떠나기 싫은 교사들이 나가지 않겠다고 버티는 꼴이다. 전교조는 또 학교 다양화를 위한 국제중 설립에 반대하는 헌법소원을 내기로 했다. 교원평가제 반대, 학교정보 공개 반대 등 현존 틀을 지키기 위한 그들의 반대 행진은 끝이 없다. 이들과 같은 학교 내 기득권 세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사교육은 절대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홍찬식 논설위원 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