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조계종 전국교구본사 주지회의가 열린 가운데 총무원장 지관 스님(앞)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회의에 앞서 반야심경을 외고 있다. 이훈구 기자
26개교구 본사 주지회의
“李대통령 유감 표명 긍정적으로 본다”
대회명칭서 ‘정부 규탄’ 빼자는 의견도
종교 편향 문제로 정부와 갈등을 빚어 온 불교계가 26일 국무회의에서 이뤄진 이명박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대승적으로 판단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고 밝혔다. 어청수 경찰청장의 파면 건에 대해서는 대구·경북 지역 불교도 대회(11월 1일) 이후 방침을 정하겠다며 이전에 비해 다소 물러선 태도를 보였다.
조계종 총무원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개최된 26개 교구 본사 주지회의에 이은 브리핑에서 “이 대통령의 유감 표명을 이전보다 긍정적으로 본다”며 “종교 편향 재발방지 대책과 정부의 입법조치가 이번 정기국회를 통해 이뤄져야 한다”고 밝혔다. 어 청장의 거취와 관련해서는 “파면 요구는 여전히 유효하다”면서도 지역 대회 이후 의견을 다시 모으기로 했다.
범불교대책위원회 상임위원장인 원학(조계종 총무부장) 스님은 이에 대해 “경제적인 어려움과 사회적 갈등으로 인한 고통이 큰 만큼 이 대통령의 언급을 대승적으로 판단한 것”이라면서 “아직 수습을 거론할 단계는 아니지만 사태를 원만하게 풀어야 한다는 주지 스님들의 의견이 많았다”고 말했다.
주지 스님들은 또 “사회 통합과 각종 차별 철폐, 공동체 정신 회복을 위해 대구·경북 지역 대회를 포함해 전국 지역별 범불교도 대회를 순차적으로 계속할 것”이라며 “지역 대회의 명칭과 구체적인 개최 장소, 시간은 봉행 소위원회에 일임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대구·경북 지역 범불교도 대회는 대구 시내 두 곳과 동화사 등 3곳 중 한 곳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날 회의에서는 지역 대회의 개최를 재확인했으나 이전 모임에 비해 분위기가 달라졌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한 스님은 “‘헌법파괴 종교차별 이명박 정부 규탄’이라는 기존 대회 명칭을 사용하지 말자는 의견이 많았다”며 “앞으로 종교 평화와 국민 화합을 강조하는 명칭을 사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스님도 “큰 걸림돌로 남아 있던 어 청장 문제는 거의 거론되지 않았고 종교 편향 방지를 위한 법 제정과 지역 대회에 대해 논의가 집중됐다”며 “정부 입장을 감안할 때 어 청장 파면 건은 사실상 이뤄지기 어려운 만큼 지역 대회를 통해 법 제정을 촉구하고 감시하자는 목소리도 높았다”고 밝혔다.
총무원장 지관 스님은 이날 인사말을 통해 “범불교도 대회에서 4대 요구사항을 제시했는데 이 시점에서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정리해야 되고 새롭게 걸어갈 방향도 설정해야 한다”며 “모든 종교가 화합하고 국민이 통합될 수 있는 방향을 찾자”고 말했다.
김갑식 기자 dunanworld@donga.com
▲영상취재 : 동아일보 이훈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