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레스 - 방광기능 장애 등이 주원인
항이뇨제제 복용… ‘경보기’ 채우면 효과
■ ‘소아야뇨증 탈출’ 심리치료가 최선
《주부 유모(38) 씨는 초등학교 4학년생인 아들이 자꾸 밤에 오줌을 싸서 고민이다. 야단도 쳐보고 저녁식사 후 물도 먹이지 않아 보았지만 오줌을 싸는 버릇은 고쳐지지 않았다. 오히려 아들은 갈수록 주눅이 들고 소심해져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도 않았다. 아들과 함께 병원에 온 유 씨는 ‘소아 야뇨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 5세 어린이 100명 중 15명 오줌싸개
소아 야뇨증은 밤에 자는 중 소변이 무의식적으로 배출되는 증상이다. 보통 만 2세가 되면 소변을 가릴 수 있는데 만 4세까지는 밤에 간혹 소변을 본다. 따라서 이 시기에는 오줌을 싸도 정상적인 현상이다.
그러나 만 5세 이후에도 한 달에 2회 이상 자다가 오줌을 싸는 경우 야뇨증으로 볼 수 있다. 야뇨증은 5세 어린이 100명 중 15명 이상이 겪고 있을 정도로 흔한 질환이다.
야뇨증의 원인은 소변을 농축시키고 체내의 수분 양을 조절하는 항이뇨호르몬(ADH)의 이상에서 비롯된다.
정상 어린이는 밤에 항이뇨호르몬의 양이 증가해 소변이 만들어지는 것이 감소된다. 그러면 밤에 화장실에 가지 않고 숙면을 취할 수 있다.
야뇨증 어린이는 밤에 항이뇨호르몬의 양이 증가하지 않아 낮과 비슷한 정도로 소변이 많이 만들어진다. 그러면 오줌이 방광의 용적을 초과하게 되고, 잠에서 깨어나지 못하면 오줌을 싸는 것이다. 부모 이혼, 학교 입학, 수술 등으로 인한 스트레스나 척수질환, 방광기능장애, 요로감염, 요로기형 등도 야뇨증의 원인이다.
○ 저녁식사 후 음료 섭취 제한해야
대부분의 부모들은 아이가 밤에 오줌을 싸는 것을 병으로 보기보다 성장 과정의 통과의례로 생각해서 그냥 방치한다.
야뇨증은 통계적으로 1년이 지나면 15% 정도는 치료 없이도 좋아진다. 그러다 15세가 되면 1%에서만 야뇨증 증상이 남는다. 그러나 자연적으로 야뇨증이 없어지기를 기다리기에는 이미 사회적인 활동을 시작하는 5세 아동에게 심각한 스트레스를 줄 수 있다.
성장기 아이는 자주 오줌을 싸다 보면 자신감이 결여되고 좌절감을 느끼며 이로 인해 심리적 발달 장애가 생길 수 있다.
야뇨증 어린이는 친구들과 함께 수련회, 야영 등에 참가하기를 두려워한다. 10세 이후까지 야뇨증 증상이 나타나면 주의가 산만하며 학습 능력에도 지장을 받는다.
야뇨증 어린이는 적극적인 심리 치료를 하는 것이 좋다. 일단 아이의 마음을 편하게 해준다. “너처럼 밤에 오줌을 싸는 아이들이 많다”고 안심시키며 야단치거나 모욕감을 주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한밤중에 깨워서 소변을 보게 하거나 기저귀를 채우면 아이가 자신감을 잃을 수도 있다. 기저귀를 믿고서 밤에 오줌을 더 쌀 수 있다. 달력에 오줌을 싸지 않은 날에는 스티커를 붙여 준다. 일정 수의 스티커가 모아지면 아이가 좋아하는 선물을 사주는 것도 효과적이다. 저녁식사 후에는 음료 섭취를 제한한다. 탄산음료, 카페인이 들어 있는 차, 초콜릿, 귤, 오렌지주스 등은 야뇨증을 악화시킨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소변을 보게 한다. 이불에 비닐을 깔거나 잠자리에 여벌의 옷을 준비해 밤에 오줌을 쌌을 때 아이 스스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을 수 있도록 한다.
치료로는 ‘약물요법’과 ‘행동요법’이 있다. 항이뇨호르몬 제제는 야간에 항이뇨호르몬 분비를 증가하게 만드는 효과를 낸다. 코에 뿌리는 스프레이와 먹는 알약이 있다. 부작용은 거의 없지만 약을 복용하는 중에는 과도하게 수분을 섭취하지 말아야 한다.
약을 먹이는 것으로 안심이 안 된다면 ‘야뇨경보기’를 채운다. 잠옷에 부착시키도록 고안된 장치로 오줌을 싸면 경보기가 울려 잠에서 깨게 된다.
경보가 반복되면 나중에는 방광에 소변이 찼을 때 스스로 일어나 소변을 보는 습관이 몸에 밴다. 일단 치료에 성공하면 매우 효과적이고 재발률도 낮다.
(도움말=박관현 삼성서울병원, 김건석 서울아산병원, 이정구 고려대안암병원 비뇨기과 교수)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