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밀라노에 있는 프라다 1호점. 프라다를 이끄는 미우차 프라다의 할아버지인 마리오 프라다가 1913년 여행가방 등을 파는 점포를 낸 것이 프라다의 출발이었다. 사진 제공 프라다
내년 3월 서울 경희궁에 선보이게 될 ‘프라다 트랜스포머’. 세계적인 건축가 렘 콜하스가 설계한 이 구조물은 십자가, 육각형, 원, 사각형 등 사면체로 만들어졌다. 이 구조물 안에서 패션쇼나 영화, 미술품 전시회 등이 열릴 예정이다. 사진 제공 프라다
“패션기업은 예술로 시민을 꿈꾸게해야”
움직이는 건물 설치… 패션쇼-영화 무료감상
총책임감독 “문화경영은 돈 아닌 아이디어로”
《23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프라다그룹 본사.
이틀 전 프라다가 서울 경희궁에서 열릴 ‘프라다 트랜스포머’ 프로젝트를 발표해서인지 낯선 손님을 반기는 ‘프라다 피플’의 얼굴에는 한국에 대한 호기심이 가득했다. 》
세계적인 명품(名品) 브랜드 프라다는 내년 3월 서울 경희궁에 회전이 가능한 사면체 건축물을 설치하고 그 안에서 문화행사를 여는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진행한다. 약 5개월간 진행되는 전시회 기간에 누구나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과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다.
일부 명품 브랜드들이 전 세계를 돌며 자사 제품을 활용한 전시회를 연 적은 있지만 프라다처럼 특정 국가만을 위한 설치 예술을 진행하는 것은 처음이다.
프라다가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쏟아 붓는 돈만 100억 원을 훌쩍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 기간도 꼬박 2년이 걸렸다.
자존심 높은 프라다의 관심이 한국으로 향하고 있다.
○ 프라다의 러브 콜을 받은 서울
프라다는 왜 서울을 택한 것일까. 프라다그룹 홍보 담당 토마소 갈리 이사는 “아시아 지역 소비자들과 효과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대규모 전시회를 기획하던 차에 경제수준에 비해 해외에 잘 알려져 있지 않은 한국을 택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당초 서울숲, 올림픽공원도 후보지에 올랐지만 경희궁이 최종 낙점됐다. 프라다의 대표적 디자이너 미우치아 프라다가 경희궁을 보자마자 바로 ‘OK 사인’을 내릴 정도로 한국의 전통미에 매료됐다는 후문이다.
한국 명품 시장의 높은 성장세도 배경이 됐다. 국내 명품 시장 규모는 연간 5600억 원 정도로 일본과 홍콩에 이어 아시아 지역에서 3번째로 크다.
파트리치오 베르텔리 프라다 회장은 “내년 프라다 대외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인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서울에서 진행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한국의 중요성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마침 이날 프라다 본사 한쪽에는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세계적인 건축가 렘 쿨하스가 내년에 모습을 드러낼 ‘프라다 트랜스포머’의 미니어처 구조물을 만져가며 아이디어 회의를 한창 진행 중이었다. 쿨하스는 삼성의 리움 미술관과 서울대 도서관 설계로 국내에도 잘 알려진 건축가다.
○ 예술 열정은 프라다의 영감(靈感)
이번 ‘프라다 트랜스포머’를 진행하는 프라다재단은 1993년 프라다가 순수 예술과 인문학 지원을 위해 설립한 비영리 재단이다.
요즘 프라다재단은 2012년까지 밀라노 외곽에 있는 1만7500m²(약 5300평) 규모의 양조장을 예술 전시 공간으로 바꾸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미국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 수석 큐레이터이자 프라다재단 총책임감독인 제르마노 첼란트는 “지은 지 100년에 가까운 양조장 건물을 15세기 밀라노의 산업화 초기 모습으로 재현할 것”이라고 말했다.
첼란트는 “프라다재단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것은 젊은 작가와 시민들이 예술 작품을 통해 꿈을 꾸게 하는 것”이라며 “패션기업은 이런 작업을 통해 브랜드를 키워 나갈 영감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기업인들은 문화에 대한 투자로 돈을 떠올리지만 정작 중요한 것은 아이디어”라며 “튀는 아이디어를 수용하고 지지할 수 있는 기업인의 열린 마인드가 성공적인 문화 비즈니스 모델을 완성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밀라노=정효진 기자 wisew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