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진보’라는 좌파 성향 시민단체 사람들이 대기업이나 공기업 사외이사로 대거 활동 중이다. 한나라당 김용태 의원이 공개한 ‘시민·환경단체 및 참여정부 인사 취업현황’에 따르면 노무현 정부에서 고위직을 지낸 인사들과 함께 친노(親盧) 성향의 운동가 다수가 상당한 급여와 편익이 따르는 기업 사외이사를 맡고 있다.
사외이사는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 중요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전문지식을 제공해 기업경쟁력에 도움을 주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다. 그러나 반(反)기업 활동을 벌였던 일부 좌파 시민단체 간부들이 기업의 복잡한 회계 업무를 감시하고 수익성을 높일 제안을 할 수 있을 정도의 전문성을 갖췄는지 의문이다.
기업들이 시민단체의 비판과 공세를 누그러뜨리고 정권과의 관계에서 은연중 협조를 기대하며 친노 시민단체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모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반기업 정서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하소연하면서도 기업들이 반기업 반시장 활동을 펴는 좌파 성향 단체를 지원하고 그 간부들을 사외이사로 영입한 것은 자기모순이다. 노 정부가 공기업 비상임이사에 친노 시민단체 출신을 많이 앉힌 것은 정권 나팔수 역할을 한 데 대한 ‘떡 주기’라는 비판도 나온다.
최열 환경재단 대표는 2000년 대기업에서 사외이사 자격으로 스톡옵션 1만5000주를 받았고 2개 기업의 사외이사로 활동하며 각각 월 200만∼300만 원을 받았다. 그는 논란이 일자 “사외이사제도는 시민단체가 주장한 것으로 환경친화적 제품의 생산, 기업의 투명성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환경단체 간부가 연간 수천만 원의 보수가 지급되는 사외이사를 맡는 것은 앞에서는 기업을 감시하고 뒤에서는 반대급부를 챙기는 위선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
최근 일부 시민단체가 정부 보조금을 유용한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오르면서 국민의 시선이 더 따가워지고 있다. 기업을 감시하는 활동을 하는 시민단체들도 기업의 돈에 의존하지 않아야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던 좌파세력을 이사회에 불러들였던 기업들도 이제는 자세를 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