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6월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일 때 인터넷에서 ‘시민방송녀’라는 검색어가 인기를 끈 적이 있다. 어느 누리꾼이 여경의 야간 불법시위 해산 권유방송을 패러디해 ‘시민방송-RTV’에 올린 방송 멘트가 계기가 됐다. “전·의경 여러분/밤이 늦었으니 집으로, 숙소로 돌아가십시오/…/여러분이 이런다고 밥 더 주지 않습니다/휴가 더 주지 않습니다.” 공권력을 조롱하는 데서 그치지 않고 전·의경들의 인격을 짓밟는 장난질이었지만, 촛불시위대는 ‘시민방송녀’의 목소리를 들으며 즐거워했다.
▷RTV 홈페이지엔 아직도 ‘촛불’이 넘실거린다. 메인 프로그램으로 떠 있는 ‘포토에세이-민주주의를 만드는 손’은 시위대가 경찰 버스를 넘어뜨리기 위해 차체에 밧줄을 묶고 있는 장면을 보며주며 ‘장벽을 허무는 손’이라는 식으로 묘사하고 있다. 동영상 끝부분엔 제작자 이름과 함께 ‘제작지원-시민방송, 방송발전기금’이라는 자막이 나온다. 방송발전기금은 방송법에 따라 조성된 공익자금이다. 이쯤 되면 공익(公益)이란 게 도대체 뭔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방송광고 수익금을 재원으로 만들어진 방송발전기금은 연간 100억여 원대에서 20여 년이 지난 지금 1000억 원대에 이른다. 애초 취지는 방송사업으로 생긴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고 장기적으로 방송산업 인프라 구축을 위한 것이었다. 방송발전기금의 사용 목적에는 ‘시청자가 직접 제작한 방송 프로그램 및 영상물 제작 지원’도 포함돼 있다. 지금 RTV 재단이사장을 맡고 있는 이효성 성균관대 교수는 2003년부터 3년간 방송발전기금관리위원장을 지냈다.
▷노무현 정부가 2003년부터 5년간 집행한 ‘시청자 참여 프로그램 지원비’ 120억 원 가운데 83억 원(69%)이 시민방송-RTV에 간 것으로 밝혀졌다. RTV는 이 돈으로 2006년부터 작년 3월까지 무려 22차례에 걸쳐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저지를 위한 특집방송을 내보내고, ‘촛불시위 100일의 전망과 대안’이라는 특집에서는 “친(親)자본 권력에 대항해 무산자성(無産者性)을 드러내는 작업이 활발해지길 기대한다”는 주장을 여과 없이 전했다. 촛불시위를 프롤레타리아(무산자)와 연결시킨 의도를 짐작할 만하다.
김창혁 논설위원 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