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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최강 국군]北 잠수함킬러 대잠헬기 조종사들

입력 | 2008-09-30 02:58:00


일발필침… “영해 수호 물샐틈 없다”

생환 훈련 등 2년간 혹독한 과정 거쳐 배치

“칠흑같은 밤바다 고난도 비행… 최고 파일럿”

“타깃 로크 온(Lock-On), 스리, 투, 원 파이어!”

23일 낮 경남 진해 앞바다 상공의 해군 슈퍼링스(Super Lynx) 대잠(對潛)헬기 안.

부조종사인 양기진(28·여·해사 58기) 대위가 표적을 향해 대함미사일 발사를 외치자 정조종사인 최칠종 소령이 적색 버튼을 누른 뒤 조종간을 급히 꺾었다.

순간 조종석 밖으로 수평선이 치솟으면서 시퍼런 바다가 기체를 집어삼킬 듯 동승한 기자의 눈앞에 성큼 다가섰다. 이대로 바다에 빠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엄습하는 찰나 기체는 다시 수평을 잡고 전 속력으로 수면을 스칠 듯 비행했다.

‘공격 후 퇴각’을 몇 초만 지체해도 적함이 발사한 미사일의 ‘먹잇감’이 될 수 있는 일촉즉발의 상황.

훈련 결과 발사된 미사일이 8마일 밖 적함을 정확히 격파한 것으로 나타나자 조종사들의 얼굴에 안도감이 돌았다.

하지만 곧바로 음향탐지기를 이용한 적 잠수함 탐지훈련과 이착함 훈련에 돌입하자 조종사들은 다시 긴장된 표정으로 조종석을 꽉 채운 모니터와 계기판에 시선을 고정했다.

2시간에 걸친 훈련 내내 조종사들은 지상 교신과 레이더 탐색 및 목표물 식별, 항로 확인 등 각종 임무를 수행하느라 숨 돌릴 틈이 없었다.

적 잠수함과 수상함을 탐지 격파하는 대잠헬기는 전천후 해상 작전헬기로 대잠초계기(P-3C)와 함께 ‘적함 킬러’로 꼽힌다.

1982년 포클랜드전쟁 당시 영국 해군의 대잠헬기는 ‘시 스쿠아(Sea Scua)’ 대함미사일 한 발로 아르헨티나의 구축함을 격침시키는 위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해군은 진해기지를 비롯해 제주도와 울릉도, 덕적도 등에 20여 대의 대잠헬기를 배치 운용하고 있다.

대잠헬기 부대인 해군 6전단 629대대장인 조정원(해사 43기) 중령은 “대잠헬기는 유사시 영해로 기습 침투할 북한 잠수함들을 저지하는 핵심 전력”이라고 소개했다.

북한은 옛 소련제 로미오급(1800t) 22척과 1996년 강원 강릉지역에 침투했던 상어급(300t) 21척 등 80여 척의 잠수함을 보유하고 있다.

대잠헬기 조종사는 바다 위를 비행하기 위해 고난도의 헬기 조종을 하면서 적함 탐지 및 공격 장비를 조작해야 하기 때문에 고도의 체력과 집중력, 담력을 갖춰야 한다.

거센 파도에 요동치는 구축함의 갑판에 해무(海霧)를 뚫고 이착륙해야 하고, 잠수함 탐지 장비를 바다 속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수면 위 15m 상공을 초저공으로 비행해야 한다.

2000여 시간의 비행기록을 보유한 629대대 3편대장 최진욱(해사 50기) 소령은 “항법장비와 레이더 화면에 의지한 채 달빛조차 없는 캄캄한 밤바다를 비행하는 대잠헬기 조종사야말로 최고의 베테랑 파일럿”이라고 말했다.

대잠헬기 조종사는 조종술과 체력, 전술능력 등이 뛰어난 후보생 중에서 양성된다.

하지만 적의 미사일 공격을 받고 해상에 추락한 상황을 가정해 실시되는 생환 훈련과 비상탈출 훈련 등 2년에 걸친 혹독한 훈련 과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한국 해군 대잠헬기 조종사들의 실력은 림팩(RIMPAC) 등 해외 순항훈련에서 미군 조종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만큼 세계 정상급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건군 60주년인 올해는 대잠헬기가 실전 배치된 지 17년이 되는 해다. 함대의 눈과 귀, 영해수호의 불침번인 대잠헬기 조종사들은 지금 이 순간도 ‘일발필침(一發必沈)’의 태세를 갖추고 있다.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