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동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폐막… 10일간 70만명 몰려 성황
“인파가 구름 같았습니다.”
28일 오후 향우 80명과 함께 버스 2대로 고향인 경남 하동군 북천면의 ‘2008 북천 코스모스·메밀꽃 축제’ 행사장을 찾았던 강인식(49·건설업) 재(在)창원 하동향우회장은 “소문보다 훨씬 사람들이 많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공식 축제를 마무리하는 이날도 10만 명 가까운 관광객이 몰려들었다.
▽‘왕대박’=조유행 하동군수는 29일 “지난해에 이어 두 번째 축제이지만 전국적인 행사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행사가 진행된 19일부터 10일 동안 관광객은 70만 명 안팎. 평일에는 2만 명 안팎, 주말에는 8만∼9만 명이 몰려들었다. 80가구 250여 명이 사는 시골마을이 관광명소로 탈바꿈한 것. 지난해 첫 행사에는 40여만 명이 찾았다.
하동군 농업정책과 박종도 담당은 “관광객들이 몰려들면서 지역 경제에 미친 직간접 효과는 50억 원을 웃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동군이 축제에 들인 예산은 5000만 원 정도.
관광객들이 하동군뿐만 아니라 사천시와 남해군 등지를 거쳐 가면서 주변 지역까지 ‘재미’를 봤다는 분석.
▽뭐가 있기에=축제 행사장인 북천면 직전리는 몇 년 전만 해도 벼농사가 주업이었다.
일손이 줄어들면서 2006년부터 경관보전직불제를 통해 50농가가 30만 m²의 논에 코스모스와 메밀을 심었고 이를 자원으로 축제를 열었다. 경관보전직불제는 논에 벼 대신 메밀과 해바라기, 야생화를 심는 농가에 소득을 보전해 주는 시책.
북천 들녘은 코스모스의 붉은색과 메밀꽃의 흰색, 수확기에 접어든 벼의 노란색, 지리산 자락의 초록색 등이 절묘한 조화를 이뤄 한 폭의 그림을 연상하게 한다. 여기에다 너비 5m, 길이 150m의 조롱박터널은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행사장 인근을 지나는 경전선 철길을 따라 코스모스의 인사를 받으며 걷는 재미는 일품이다.
‘7080 음악회’와 전통혼례, 품바공연 등을 비롯해 장작 지게지기, 도리깨질, 새끼 꼬기, 맷돌 돌리기, 절구 찧기 등의 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옛 농기구와 하동 농특산물이 전시되고 이병주문학관 심포지엄도 열렸다.
북천역은 이름을 아예 ‘코스모스역’으로 바꾸는 문제를 검토 중이다. 축제기간 임시열차를 증편했고, 전세열차도 몇 차례 다녀갔다. 섬진강을 무대로 화개장터와 쌍계사, 최참판댁 등 인근에 명소가 많은 것도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데 도움이 됐다.
▽추진위와 공무원의 땀=주말이면 하동군청, 북천면(면장 한형균)사무소 직원 50여 명이 교통정리와 안내를 도맡았다. 면사무소 직원들은 꽃길을 가꾸고 조롱박터널을 만드는 데도 적극 나섰다.
하동군은 주차장과 화장실을 대폭 증설했다. 조 군수는 “면사무소 직원의 노고는 아무리 칭찬해도 지나치지 않다”며 “15명의 직원을 2개 조로 나눠 제주도로 휴가를 보내주려 한다”고 말했다.
공무원과 함께 축제 추진위원회(위원장 이은우 전 북천농협조합장)의 고생도 컸다. 정성들여 음식과 특산물을 준비해 판매했고, 최선을 다해 손님을 맞았다.
이 위원장은 “공식행사는 끝났지만 꽃이 지는 10월 중순까지 농특산물 판매부스 등 40여 개의 부스는 그대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055-880-2411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