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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건축]‘미이라3: 황제의 무덤’ 진시황릉

입력 | 2008-10-01 02:57:00


묘실 면적만 농구장 48개 규모

‘미라 〓 악한’ 서구의 시각 반영돼

할리우드가 만든 세 번째 ‘미이라’ 시리즈 ‘황제의 무덤’이 여름 극장가에서 쏠쏠한 수익을 거뒀습니다. 휴가철에 가볍게 볼 만한 오락영화지만, 아시아 고대 유산에 대한 왜곡된 서구 중심적 시각은 전편과 다름없었습니다.

미라에 대한 보편적 이미지는 온몸을 붕대로 칭칭 두른 ‘괴물’이죠. 프랑켄슈타인 박사의 괴물, 드라큘라와 나란히 등장한 만화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이 괴물 미라는 아시아의 고대 매장 풍습을 바라보는 서구의 시각을 함축하고 있습니다.

미라는 영혼 불멸 사상의 상징입니다. 권력자의 시신을 방부 처리해 원형을 보존하면 그의 영험한 힘이 사람들을 보호해 준다고 믿은 것이죠. 보호 장치는 침략자 쪽에서 보면 장애물이 됩니다. ‘괴물’은 아시아의 고대 왕릉을 파헤친 서구 도굴꾼들의 자연스러운 해석입니다.

최고 권력자가 내세의 삶을 누리는 공간인 만큼 미라가 보존되는 무덤은 생전의 궁궐 이상으로 웅장하게 지어졌습니다. ‘미이라’ 2편에 등장하는 계단형의 사카라 피라미드는 기원전 2778년 완성된 조세르 왕의 무덤입니다.

이 피라미드를 설계한 임호텝은 사상 처음으로 실명(實名)을 남긴 건축가이지요. 현대 기술로 다시 만들기 힘든 불가사의한 건축물을 고안한 천재입니다. 영화에서는 비뚤어진 욕망에 가득 차 기괴한 마법을 부리는, 주인공 탐험가를 위협하는 악당으로 그려졌습니다.

3편 ‘황제의 무덤’에는 중국 진시황제가 악역으로 나옵니다. 임호텝을 능가하는 악랄한 마술을 부립니다.

영화가 배경으로 삼은 진시황릉은 중국 산시(陝西) 성 린퉁(臨潼) 현 리산(驪山) 산 남쪽 기슭에 있습니다. 1974년 한 농부가 우물을 파다가 발견한 병마도용(兵馬陶俑) 군진(軍陣)을 중심으로 무덤 발굴 작업이 아직 계속되고 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직사각형 묘실의 예상 면적은 1만9200m². 농구장 48개를 합친 넓이입니다.

사마천의 ‘사기’는 진시황릉에 대해 “죄수 70만 명을 동원해 땅을 파고, 지하수 줄기에 구리 녹인 물을 채워 기반을 만들고, 자동으로 발사되는 쇠뇌를 설치하고, 수은이 흐르는 강을 만들었다. 공사 후 죄수와 장인들은 모두 생매장됐다”고 기술했습니다.

진시황릉 부근 토양의 수은 함량은 주변 다른 지역의 4배가 넘습니다. 학자들은 독한 수은 증기가 도굴 방지 장치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의 아들이 우연히 발견한 왕릉의 모습은 사마천의 상상에 지금까지 발굴된 정교한 도용(陶俑)과 도마(陶馬)의 이미지를 대강 덧씌운 것입니다.

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