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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서울디자인올림픽(SDO) 앞둔 오세훈 서울시장

입력 | 2008-10-01 02:57:00


“디자인은 먹고살기 위해 필요”

“디자인이 모든 것이고 모든 게 디자인입니다. 우리 모두 디자이너가 됩시다.”

2006년 7월 서울시장 취임식이 열린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오세훈 시장의 취임사는 온통 ‘디자인’으로 도배되다시피 했다.

임기의 반을 넘긴 요즘도 오 시장의 화두는 여전히 디자인이다. 오 시장은 30일까지 최고경영자(CEO)와 대학생, 병원 직원 등 3만여 명을 대상으로 디자인 강의를 했다. 특강의 제목은 ‘서울을 디자인하라’. 일각에서는 ‘먹고살기도 힘든데 무슨 디자인이냐’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런 반응이 나올 때마다 ‘디자인 전도사’를 자처하는 오 시장은 “먹고살기 위한 디자인”이라고 답한다.

10일부터 30일까지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서울디자인올림픽(SDO)을 앞두고 지난달 29일 서울시장 집무실에서 오 시장을 만났다.

오 시장은 “단기간 내에 급격히 산업화가 진행된 대도시에 디자인 개념을 전면적으로 도입한 것은 세계에서 서울이 유일하다”며 “서울을 디자인이 중심이 된 매력적인 세계도시로 만들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디자인을 강조하는 이유가 뭔가.

“디자인은 건물이나 시설을 예쁘게 꾸미는 것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서울시의 디자인은 공공디자인과 같은 하드웨어뿐 아니라 서비스나 시스템처럼 소프트웨어 디자인을 총괄하는 개념이다. 시민들의 삶을 안전하고 편안하게 하기 위해 제공하는 모든 서비스가 바로 디자인이다.”

―2년간 어떤 성과가 있었나.

“공공건축물과 옥외광고물 등에 적용되는 ‘디자인서울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서울의 거리 표정을 바꿔나가고 있다. 500m 내외 거리에 통합디자인을 적용하는 디자인서울거리를 올해 안에 10개 만든다. 서울색(단청빨강) 서울상징(해치) 서울서체(서울한강체, 서울남산체)도 개발했다. 유럽에는 옛날부터 내려오던 디자인을 자산으로 삼는 도시가 많다. 하지만 하드웨어와 도시 행정에 전면적으로 디자인 개념을 도입한 것은 서울이 유일하다.”

―소프트웨어 디자인의 개념이 선뜻 와 닿지 않는다.

“120 다산콜센터를 예로 들 수 있다. 과거 민원전화 시스템은 통화가 안 되기 일쑤였고, 대기 시간도 길었다. 지금 120에 전화해보라. 15초 안에 사람이 응답한다. 또 첫 통화로 단순 민원의 80% 이상이 해결된다. 이는 민원서비스를 완전히 다시 디자인한 결과다. 이런 것이 진짜 디자인이다.”

―서울시 공무원들 사이에서도 디자인 시정이 뿌리를 내렸다고 생각하나.

“시스템 디자인은 공무원들의 일하는 문화와 직결된다. 2년 동안 인터뷰 때마다 수백 번 반복했던 말이 있다. 공무원들이 스스로 일을 찾아 하는 조직으로 서울시 공무원들을 바꿔놓았으면 성공한 시장으로 불러달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맞게 시스템을 새롭게 디자인했다. ‘3% 퇴출제’로 알려진 현장시정추진단을 만들었고, 상시평가제를 도입했다. 획기적인 인사 및 승진 시스템을 도입해 6년 5개월 만에 6급에서 5급으로 승진하는 사람도 나왔다. 예전에는 평균 11년 넘게 걸리던 일이다. 이와 함께 서울시 공무원들은 스스로 창의학습 동아리를 만들어 공부하고 있다. 2년 전만 해도 생각조차 할 수 없던 변화다.”

―디자인을 위해 서울시장 재선에 도전한다고 들었다.

“취임 초부터 ‘당신의 청계천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하지만 내 관심사는 청계천 같은 단위사업이 아니다. 이런 사업은 후임 시장이 와서 할 수 있다. 조직 분위기를 바꾸는 데는 시간이 필요하다. 좀 전에 언급했듯이 서울시의 인사시스템과 교육시스템을 새로 다 바꿔 놨다. 이제 겨우 성과가 나오고 있다. 이 변화의 흐름은 내 손으로 정착시키고 싶다. 서울시장을 한 번 더 하면서 서울시의 정체성을 확고히 할 계획이다.”

―10일부터 시작되는 SDO에 거는 기대가 클 것 같다.

“서울시는 지난해 국제산업디자인단체총연합회(ICSID)에서 초대 ‘세계 디자인 수도(WDC)’로 선정됐다. SDO는 그 첫 번째 행사다. 전 세계에서 24만 명의 디자인 관계자와 연인원 200만 명의 관람객이 찾을 것이다. 4600억 원의 경제효과가 기대된다. 앞으로 세계인의 머릿속에 ‘디자인을 보려면 서울로 가라’라는 인식만 심어준다면 서울은 물론이고 한국이 10년은 너끈히 먹고살 수 있다. 먹고살기 위해서 디자인이 꼭 필요하다는 것은 이런 맥락이다.”

이헌재 기자 uni@donga.com

장윤정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