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男女조, 男男조보다 힘 부쳐”
“여경 부드러움, 강점도 많아”
“지구대에 여경을 배치하면 안 된다.”
“치안 수요가 적은 지역에선 여경의 친절봉사가 효율적이다.”
경찰 지구대에 여경 배치가 늘어나면서 여경과 함께 현장에 출동한 남자 경찰관이 험악한 범법자에게 봉변을 당하는 사례가 빈발하자 이를 놓고 논란이 일고 있다.
논란의 발단은 최근 경기 부천시내 한 지구대에 근무하는 I 경찰관이 인터넷 ‘사이버경찰청’의 ‘경찰가족사랑방’에 관련 글을 올린 것.
I 경찰관은 여경 배치로 인한 부작용을 지적하면서 지구대에 여경을 배치하는 것에 반대하는 주장을 폈다. 그의 글은 역대 최고인 4000여 건의 조회 건수를 보였다. 댓글을 보면 찬성이 반대 의견을 압도하고 있다.
I 경찰관은 남경과 여경 1명씩 편성된 근무조가 112신고를 받고 출동하게 되면 다른 근무조가 자동적으로 지원에 나선다고 전한다. 여경을 보호하고, 남경을 도와주기 위해 이중, 삼중의 일을 하고 있다는 것.
그의 지구대에서는 최근 재물손괴 현장에 여경과 함께 나갔던 남경이 술에 취한 용의자에게 머리를 들이받혀 코뼈가 부러졌다. 인근 지구대의 한 경찰관은 경인전철 부천역 폭력 사건 현장에서 얻어맞아 갈비뼈에 금이 가는 사고를 당했다고 한다. 남경 2명보다 남녀 2인 1조가 상대를 제압하는 데 더 힘이 부친다는 것이다.
I 경찰관이 소속된 지구대는 60명 4개 팀으로 구성됐고, 이 가운데 여경이 10%를 넘는 7명이다.
그는 “여경과 같은 조를 이루는 날이면 내심 ‘오늘 죽는 날이구나’라며 불안해진다”면서 “지구대 외근 업무에 여경을 배치하는 것은 인력 낭비”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 경찰관은 인터넷 댓글을 통해 “경찰 업무는 힘으로만 하는 게 아니다. 여성의 부드러움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많다”고 반론을 폈다.
I 경찰관은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장미란 씨와 같은 운동선수를 여경으로 특별 채용할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대한유도회 생활체육협의회 강철규 사무국장은 “여성 운동선수에게 경찰 특채의 길이 열린다면 남경이 다루지 못하는 여성 범죄를 처리하면서 거친 업무도 잘해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3년 파출소 2, 3개를 지구대로 통폐합했고 9만여 명의 전체 경찰 가운데 6%가량을 차지하는 여경(5700명)을 지구대로 우선 배치하고 있다.
박희제 기자 min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