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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이해우]이공계 살려야 산업이 산다

입력 | 2008-10-02 02:58:00


국내 최고 대학의 공대 자퇴생 진로를 분석해 보니 대부분이 의대와 한의대에 진학했다고 한다. 모 유명 공대 수석 졸업생도 의대에 편입할 정도다. 정부와 사회가 이공계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면 이런 현상은 계속될 것이고, 결국 우리 산업의 미래는 어두워질 것이다.

그동안 이공계를 살려야 한다는 얘기가 수없이 나왔고 이미 정부 차원에서 이공계 살리기 정책을 몇 가지 시행하고 있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부존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가 세계 10위 경제권에 진입한 가장 큰 이유는 1970년대부터 과학 육성을 범국가적으로 추진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외에 나가 있는 우수한 두뇌를 많은 예산을 들여 국책연구소나 대학교수 자리를 보장하며 국내로 영입했다. 또 우수한 학생들이 이공계에 진학하여 산업 발전에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이공계 기피 현상은 10년 전 외환위기를 기점으로 두드러지게 나타나지 않았나 생각된다. 당시 국책 연구소나 기업체 연구소에 근무하는 고급 인력이 우선적으로 구조조정 대상이 됐음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것이다. 즉, 미래에 대한 불안과 비전이 보이지 않는 상황은 우수한 두뇌를 더는 연구실에 머물 수 없게 만들었고, 그런 사회 분위기가 이공계의 하향 평준화를 가져온 원인이 됐다고 생각된다.

경제성장 추진 동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지금 이공계 활성화를 위한 몇 가지 방법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이공계 비전 제시 및 우수 학생 발굴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현재 이공계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이나 처우가 부족해 이공계 인력의 자긍심이 갈수록 줄어든다는 점이 큰 문제다. 신분 보장은 물론 경제적으로 안정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여건 조성뿐만 아니라 연구 외적인 업무를 최소화하여 연구에만 매진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또 승진이나 진급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단일호봉제를 적극 도입하고 저소득층 우수 학생을 조기 발굴해 이공계 진학 후 일정 기간 관련 산업에 근무하는 조건으로 국가장학생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

둘째, 이공계 취업 대책을 세워야 한다.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6월 기준 청년실업률은 7.8%로 나타났다. 졸업 후 취업 걱정을 해야 하는 분위기에서 우수한 학생이 과연 얼마나 이공계를 지원하겠는가. 교육과학기술부의 ‘해외(이공계) 박사 신고 현황’에 따르면 2003년 919명에서 지난해 500명으로 46%나 감소했다. 우수한 인재가 일자리가 없어 귀국하지 못하면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이다.

이공계 인재를 위한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데 국가나 기업이 앞장서야 한다. 산학 연구의 활성화도 청년실업을 해소하는 방법 중 하나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학 교육도 변해야 한다. 현장 중심의 커리큘럼 개선 등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기업체는 신기술 도입 등 한 발 앞서가는데 대학 교육은 어떤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특히 기업체에서 신입사원 채용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 직무교육 형태로 재교육을 실시하는 원인을 분석하고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어느 대기업 회장이 ‘우수한 기술자 1명이 수만 명을 먹여 살린다’고 강조했듯이 부존자원이 부족한 여건에서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의 선점은 선택이 아닌 필수 사항임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이공계 인력은 여기에 반드시 필요하다.

이해우 동아대 교수 신소재공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