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얼굴에 더 많은 이미지 넣고 싶어”
“연극 ‘쉐이프’에 더블캐스팅… 상대 색깔 인정해야
홉킨스 인터뷰 읽은 뒤 대사연습 죽도록 매달렸죠”
영화 ‘검은 집’과 드라마 ‘작은 아씨들’의 유선(32)이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출신 탤런트 1호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별로 없다. 연극원 2기생인 그녀는 졸업 후 TV 드라마로 진로를 돌렸고,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난 유선이 연극 ‘쉐이프’(닐 라뷰트 작·이해제 연출)에 참여하게 됐을 때 몇 년 동안 화려한 ‘맛’을 본 그녀가 과연 연극판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걱정했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였다. 유선은 젊은이들의 연애담을 담은 이 작품에서 자유분방한 미술학도 세경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조재현=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연극원은 연극 엘리트들의 교육기관으로 각광을 받았어요. 졸업을 하고 TV 탤런트들과 연기를 하니 어떻던가요?
▽유선=데뷔작 ‘그 햇살이 나에게’에서 유명한 톱스타와 호흡을 맞추게 됐는데, 감정적인 교류가 없고 테크닉에 치중한 연기였어요. 실망감이 들면서도 자신감을 얻게 됐죠. 하지만 그가 앵글 안에서 ‘노는’ 법은 훨씬 나았기 때문에 배워야겠다는 생각은 했죠.
▽조=나는 유명한 연기자가 됐지만 ‘대박’ 작품이 없어요.(웃음) 유선 씨도 ‘로비스트’ ‘검은 집’ 같은 유명 작품에 출연했지만 대박은 아닌 것 같은데. ‘내게 이런 역을 주면 더 잘될 텐데’ 같은 생각은 없나요?
▽유=주변의 고정관념이 있죠. 유선은 도도하고 어둡고 지적이고 도회적이라는 거죠. 내가 보여 줄 수 있는 게 많은데 그렇게만 보니 답답했어요. 그러다 이번 연극 캐스팅 과정에 참여하게 됐을 때 저도 다른 배우의 이미지를 보며 추천하고 있더라고요. 대박을 따라가기 전에 내 얼굴에 더 많은 이미지를 넣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죠.
▽조=전혜진 씨와 더블캐스팅인데, 더블캐스팅이 되면 장점은 안 보이고 상대보다 못한 단점이 드러나는 법인데….
▽유=더블캐스팅 된 여배우들은 악연이 되어 그 후 안 보게 될 때가 많다고 하네요. 작품을 시작하기 전에 서로의 색깔을 인정하자고 했어요. 어느 날 혜진 씨의 공연을 보는데 제가 만든 애드리브를 쓰더군요. 안도감을 갖게 됐죠.(웃음)
▽조=배우들을 인터뷰하면 다들 자신은 타고난 배우가 아니라고 해요.
▽유=전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어요. 연극원에 다니면서 “기회만 와 봐” 하며 자신만만했죠. 막상 기회는 왔지만 생각만큼 안됐어요. 그러다 ‘검은 집’을 하며 앤서니 홉킨스의 인터뷰 기사를 읽게 됐어요. 그는 다양한 톤으로 같은 대사를 100번씩 읽는다고 하더군요. 수많은 대사 읽기를 통해 그 인물에 적합한 모습을 찾아간다는 거예요. 큰 충격을 받았죠. 저는 재능이나 감각을 믿었거든요. 그때부터 대사 연습에 죽도록 매달렸죠.
▽조=저도 초등학교 때 배우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는데 그때까지 제가 제일 잘생긴 남자인 줄 알았죠. 그러다 중학교 때 어린이대공원에 갔다가 더 잘생긴 남학생을 보고 크게 놀랐고 다른 장점을 연마하게 됐어요.(웃음)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숭아트센터 소극장. 2만5000∼3만5000원.
유성운 기자 polaris@donga.com
● 유선 씨는
△1976년 출생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졸업
△영화 ‘범죄의 재구성’(2004) ‘검은 집’(2007) 드라마 ‘태양의 남쪽’(2003) ‘작은 아씨들’(2004) ‘로비스트’(2007) 출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