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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주 이제 ‘중환자실’ 나온걸까

입력 | 2008-10-02 03:26:00


《요즘 주식 종목 가운데 가장 푸대접을 받는 것을 꼽으라면 단연 ‘금융주’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를 잉태한 미국의 금융주는 회피해야 할 우선 대상으로 전락했다. 미국 정부가 마련한 7000억 달러 규모의 구제금융법안마저 당초 예상과 달리 하원에서 부결되면서 금융주는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금융주에 투자하는 한국 내 금융주펀드도 투자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있다.》

하지만 증권업계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가 정점을 향해 가고 있다”는 근거를 들어 금융주와 금융주펀드에 대한 시각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꿀 필요도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글로벌 신용경색을 타개하기 위한 정책 공조에 나서면서 신용위험이 확산될 우려가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첫 번째 근거다.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법안이 하원에서 한 차례 부결됐지만 법안이 결국 통과될 것이란 데 대해서는 이견이 거의 없다.

올해 들어 미국 금융주들이 큰 폭으로 하락해 저평가 매력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40%가량 폭락했고, 모건스탠리는 57%가량 떨어졌다. 씨티그룹도 30.3%나 급락했다.

금융기관 파산이 급증하는 금융위기 초기에 주가는 바닥을 쳤다는 과거 경험도 근거로 제시됐다. 당시 1989년부터 5년간 750개 조합이 정리되는 과정에서 금융주의 주가는 조합 파산이 급증하던 사태 초기부터 상승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부실 사태로 유동성 위기에 노출됐던 미국 주요 투자은행들의 구조조정 일정이 구체화되고 있다는 점도 큰 틀에서는 좋은 신호다. 베어스턴스가 3월 JP모간체이스에 인수됐고, 골드만삭스와 모건스탠리도 은행지주회사로 전환해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에서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게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세계를 뒤덮고 있는 가운데서도 국내 금융주펀드의 수익률은 비교적 양호하다. ‘하나UBS글로벌금융주의귀환주식Class A’ 등 하나UBS가 운용하는 3개 펀드는 최근 3개월 수익률이 11.76∼12.04%였다. 1개월 수익률도 10.73∼10.81%에 달했다. ‘삼성글로벌파이낸셜서비스주식종류형 1_A’ 등 5개 펀드도 3개월 수익률(―7.20∼―5.87%) 등으로 해외 주식형펀드 평균(―20.94%)보다 훨씬 좋았다.

하나대투증권 임세찬 연구원은 “최근 20년간 미국의 가계 소득 대비 주택가격이 가장 낮았을 때가 1.5배 정도였다”며 “2006년 6월 2배까지 치솟았던 이 수치가 현재는 1.6배 정도로 낮아져 바닥에 근접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의 집값 하락세가 여전히 진행 중인 데다 금융기관의 추가 부실이 대규모로 불거지는 등 악재가 계속 나올 우려가 있기 때문에 금융주 회복에 대한 성급한 낙관은 피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