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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계리 핵실험장서 수상한 연기… 北 4곳 ‘이상동향’

입력 | 2008-10-02 03:26:00


■핵협상 우위 점하려 위협작전 병행

《‘협상과 위협의 병행전술.’

북한이 핵실험 준비활동을 보이면서 미사일 발사장의 시설을 개량하는 등 핵위기 지수를 높이고 있는 정황이 정부 당국에 속속 파악되고 있는 것으로 1일 전해졌다. 이에 따라 북한의 초청으로 이날 방북한 크리스토퍼 힐(6자회담 미국 수석대표)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평양에서 어떤 협의를 할지 한층 주목된다. 북핵 검증이행 계획서를 둘러싸고 팽팽한 힘겨루기를 벌여 온 북한과 미국이 접점을 찾을 경우 상황이 극적으로 반전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북한은 위기감을 계속 고조시켜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당국은 미사일 발사장 시설 개량을 북핵 협상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시키기 위한 일종의 ‘쇼잉(showing)’으로 해석하면서도 북한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이날 “북한의 핵실험장이나 미사일 기지 움직임에 대해 미국 측과 정보를 공유해 왔다”면서 “힐 차관보가 방북하면서 북한의 위협 전술에 대해서도 충분히 생각했을 것이며 미국측은 우리 정부측에 북한의 ‘이상동향’에 대한 정보를 건넸을 것”이라고 말했다.

▽무수단리 미사일 발사 기지=북한이 현재 가동 중인 무수단리 미사일 기지는 동해안 쪽인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에 있다. 무수단리의 옛 지명은 대포동. 일본을 겨냥한 기지로 파악되고 있으며 북한의 핵시설이 몰려 있는 영변 핵단지와는 300km 이상 떨어져 있다.

대형 발사대가 있기 때문에 북한은 대포동 계열의 미사일을 이곳에서 발사해 왔다. 1998년 8월 31일 대포동 1호 미사일과 2006년 7월 5일 대포동 2호 미사일이 이곳에서 발사되면서 요시찰 대상으로 떠올랐다.

정부 당국은 최근 이곳의 발사대 설비가 교체 및 보수됐다는 정황을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식통은 “미사일 동체가 조립됐다는 얘기도 있다”고 말했다.

▽동창리 미사일 발사 기지=서해안에 건설되고 있는 북한의 새로운 미사일 발사 기지인 동창리 기지는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 있으며 해변에서 가깝다. 동창리는 영변 핵단지에서 불과 7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영변 핵단지에서 개발된 핵탄두를 미사일 본체와 결합해 발사 시험을 하기에 용이하다는 얘기다. 내년 완공 예정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무수단리에 설치된 기존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기지보다 규모가 크고 기능이 향상된 게 특징이다. 이미 이동 가능한 발사대와 탄도미사일이나 로켓을 지지할 수 있는 10층 높이의 지지대가 건설됐다. 당국은 공사가 현재 80% 이상 진척됐으며 엔진시험대 등 완공 단계에 있는 시설에서 실험이 실시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정부 소식통은 “6월경 이곳에서 장거리 미사일용으로 추정되는 로켓의 엔진 성능 실험이 실시됐다”고 전했다. 엔진 연소 시험은 미사일 로켓 엔진을 수평으로 눕힌 뒤 연료를 주입해 실제로 가동해 보는 것으로 미사일 개발에 필수적인 과정이다.

▽용덕동 고폭실험장=북한은 1980년대부터 고폭실험(high-explosive test)을 140차례 이상 실시했다는 것이 북핵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고폭실험이란 핵무기 기폭장치의 정상 작동을 위한 핵실험 직전 단계의 고성능 폭발 실험을 뜻한다. 북한이 고폭실험을 실시한 곳은 평북 영변 서북쪽 40km 지점에 있는 구성시 용덕동과 구룡강 강바닥으로 알려졌다.

당국은 9월 22일 북한이 영변 핵단지에 상주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관에게 재처리시설의 봉인 및 감시장비 제거를 요청한 뒤 용덕동에서 고폭실험을 준비하고 있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풍계리 핵실험장=정부 소식통은 “최근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핵실험장 주변 여러 곳에서 연기가 피어오르는 것이 포착되고 있다”며 “북한이 핵실험장의 복구 의도로 작업을 진행 중인지는 분석 중”이라고 말했다. 풍계리 핵실험장은 핵무기와 직접 관련된 곳이다. 북한은 2006년 10월 9일 이곳의 한 야산에서 핵실험을 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부 당국은 최근 북한이 이곳 풍계리에서 핵실험 준비 활동을 계속한 정황을 포착해 그 의도를 면밀히 분석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정부 당국은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건강 이상이 확인됐고 북한이 영변 핵시설의 원상복구를 선언한 만큼 핵실험 2주년인 9일경 제2차 핵실험을 감행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조수진 기자 jin0619@donga.com

윤상호 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