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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올들어 225억 달러 감소

입력 | 2008-10-02 20:34:00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이 8월보다 35억3000만 달러 줄어든 2396억7000만 달러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은 6개월 연속 감소하면서 모두 225억5000만 달러가 줄었다. 순위로는 여전히 세계 6위권을 유지했다.

정부가 세계적인 '달러 가뭄'에 대응하기 위해 앞으로 국내 외화자금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의 달러 공급에 나설 방침이어서 외환보유액 감소에 대한 우려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환당국은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당장 쓸 수 있는 외환보유액이 부족하지 않고 외환위기 당시와도 상황이 달라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가 지나치다고 반박하고 있다.

●9월 외환보유액 2396억 달러

2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9월말 현재 외환보유액은 국채 등 유가증권 2171억7000만 달러, 예치금 220억 달러 등을 포함해 모두 2396억7000만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8월(2432억 달러)보다 35억3000만 달러 줄어든 금액이다.

외환보유액은 3월 2642억 달러까지 불어난 뒤에 환율 안정에 나선 외환당국의 외환시장 개입 등의 영향으로 6개월 연속 감소세로 돌아섰다.

9월에는 미국 투자은행(IB) 리먼브러더스의 파산과 구제금융 추진으로 세계 금융시장의 신용 경색이 고조되자 외환당국이 국내 외화자금 시장에 달러를 공급하면서 금액이 일시적으로 준 것이다. 감소 폭은 8월(43억)보다는 감소했다.

한은 측은 "국내 외화자금 시장의 불안을 완화하기 위해 외환당국이 스와프시장 참여 규모를 확대한 데다 유로화, 영국 파운드화 등의 약세로 이들 통화 표시 자산의 미 달러화 환산 액이 감소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계 달러 기근'이 외환보유액 감소 원인

한국의 외환보유액은 최근 감소세에도 세계 6위권을 유지했다. 주요 외환보유액 상위 국가도 국제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에 대응해 달러 공급에 나서고 유로화 자산 가격의 하락 등으로 외환보유액이 감소했다.

8월을 본다면 중국, 홍콩, 브라질을 뺀 나머지 7개국의 외환보유액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이 가장 많이 떨어진 나라는 러시아로 8월 한 달간 143억 달러가 줄었다. 이어 인도(109억 달러), 대만(88억 달러), 일본(80억 달러), 한국(43억 달러) 등의 순으로 감소폭이 컸다.

하지만, 한국의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큰 데다 6개월 연속 외환보유액의 감소세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 외환보유액에 대한 우려를 불러왔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는 달러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전날보다 36.50원 오른 1223.5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2003년 4월25일(1237.80원 이후 5년 5개월 만에 최고치다.

●"외환보유액 부족하다" vs "충분하다"

10월 말 외환보유액의 감소폭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앞으로 외화자금시장 안정을 위해 외환스와프시장에 100억 달러 이상을 공급하고 50억 달러를 수출입은행을 통해 풀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경상수지가 11년 만에 적자로 전환하고 세계 금융시장의 불안도 가시지 않은 상황에서 외환보유액 줄어들면 시장의 불안 심리를 키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악의 경우 외국인이 줄줄이 돈을 빼고 환율이 급등해 외환위기와 같은 유동성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막연한 불안감도 적지 않다.

6월 말 기준으로 유동외채(1년 미만 단기외채+1년 이내 만기가 오는 장기외채)가 2233억 달러로 불어 9월말 외환보유액(2396억7000만 달러)과 비교하면 163억7000만 달러로 차이가 좁혀졌다는 점도 우려를 키우는 대목이다.

외환당국은 유동외채가 한꺼번에 빠져나가는 극단적인 상황에서도 외환보유액이 충분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외환보유액이 국제통화기금(IMF) 기준(유동외채를 외환보유액으로 나눈 비율이 100% 이내)을 충족하는 데다 미국 국채 등 유동화가 가능한 자산으로 갖고 있어 '묶인 돈'도 아니라는 것. 문제가 된 유동외채의 73%가 민간 은행의 부채인데, 이들 은행의 외화 자산이 외화부채보다 더 많아 외환보유액까지 투입할 가능성이 극히 낮다는 설명이다.

박병원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도 이날 한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외환보유고는 쌓아놓기만 하려고 있는 것은 아니다"면서 "너무 쓴 것은 아니다.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