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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경영]6000명이 60억 인구를 주무른다…‘슈퍼클래스’

입력 | 2008-10-04 03:00:00

세계를 움직이는 슈퍼클래스의 주요 인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스티븐 슈워츠먼 블랙스톤그룹 최고경영자(CEO), 배우 앤젤리나 졸리,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로이드 블랭크페인 골드만삭스 CEO,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회장. 사진 제공 더난출판


◇슈퍼클래스/데이비드 로스코프 지음·이현주 옮김/544쪽·2만8000원·더난출판

업무시간을 줄이고 효율을 높이기 위해 한 대에 4500만 달러(약 550억 원)인 개인용 제트기 G-550을 타고 뉴욕과 도쿄를 오간다. 국제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정치 경제 문화적 수단을 갖고 있다. 국경을 넘어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무력을 보유하고 있다.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연구원이자 빌 클린턴 행정부에서 상무부 부차관을 지낸 저자가 ‘슈퍼클래스’에 대해 정의하는 것들이다. 슈퍼클래스는 21세기 세계를 움직이는 권력을 가진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자 ‘계급(class)을 초월한 계급’을 일컫는다.

권력의 꼭대기에 있는 이들을 알아야 세계의 작동 배경과 방향을 이해할 수 있고 필요한 문제에 대한 해답도 찾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슈퍼클래스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는 2006년부터 2년여 동안 조사한 결과를 토대로 세계 인구 60억 명 가운데 6000여 명을 슈퍼클래스로 추렸다. 문서자료를 분석하는 것 외에도 정치와 경제, 군대, 미디어, 종교 등 5개 분야에서 각각 100명 이상의 국제적 지도자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조사 결과는 이렇다. 그들의 평균 나이는 58세였고 미국과 유럽의 부자가 전체의 61%를 차지했으며 성별로는 남성이 94%였다. 분야별로는 다국적 기업과 금융기관을 소유한 경제계 인사가 가장 많았다. 또 하버드와 예일대 등 명문대 출신이 전체의 3분의 1이었다.

저자는 6000여 명의 슈퍼클래스를 서로 연결하는 그물망에 주목한다. 사업과 관련된 단체와 투자그룹, 이사회 회원, 학연, 그들끼리 모여 사는 공간, 회의, 식당, 호텔 등이 일종의 ‘줄’이라는 것이다.

한 예로 매년 1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는 ‘세계경제포럼(WEF)’을 든다. 전세기와 전용기를 타고 온 슈퍼클래스가 모여들어 그들만의 정보를 교환하고 앞으로 세계를 어떤 방향으로 움직여갈지 의제를 설정한다는 것이다. 런던과 홍콩, 파리, 두바이, 상하이, 도쿄 등에는 돈 많고 능력 있는 극소수가 모여 사는 특구가 형성돼 있다고 말한다.

스탠퍼드대 출신인 야후와 구글 등의 설립자들과 하버드대를 나온 마이크로소프트와 페이스북 설립자 등의 사례를 분석한 뒤 학연이 어떻게 슈퍼클래스를 만드는 데 기여하는지 그 방식을 제시한다.

일단 창업 아이디어가 정착되면 동창 관계를 이용해 같은 학교 출신의 자금줄과 접촉할 길이 쉽게 열린다. 나아가 회사가 성장해 주식을 공개하거나 매각해 엄청난 부를 챙기면 월가의 엘리트와 연결된다. 그리고 이들이 다보스포럼 등 주요 회의에 참석해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6000여 명의 리스트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대표적인 슈퍼클래스 인물 몇몇을 소개했다.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과 벤 버냉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미디어 재벌인 루퍼트 머독 뉴스코퍼레이션 최고경영자(CEO),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가난한 나라 어린이 돕기에 앞장서는 배우 앤젤리나 졸리, 적도기니공화국의 독재자 테오도로 오비앙 응게마, 그리고 오사마 빈라덴 등도 포함돼 있다.

슈퍼클래스가 만들어갈 미래에 대한 전망도 내놓는다.

그는 중국과 인도 등의 급성장과 더불어 슈퍼클래스에도 이들 국가의 엘리트들이 급속히 충원되면서 아시아인이 많아지고 아시아적 인식을 지닌 서구의 인사들이 더불어 증가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장석 기자 suron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