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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예술]상상불허 ‘인생의 피크’… 산해진미 ‘SF의 성찬’

입력 | 2008-10-04 03:00:00


◇피크/태기수 외 지음/316쪽·1만 원·현대문학

◇앱솔루트 바디/박민규 외 지음/404쪽·9500원·해토

젊은 작가들에게 인생 절정의 순간은 어떻게 형상화될까.

‘피크(peak)’는 현대문학으로 등단한 젊은 작가 10명이 삶의 정점이 되는 어떤 순간을 각자의 개성과 방식대로 포착해낸 테마 소설집이다.

반역도당으로 몰려 알몸인 상태로 참수를 당하는 왕의 최후 순간(‘절정’·해이수)에서부터 양다리를 걸친 야비한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끊는 결전의 그날(‘목표는 머리끄덩이’·명지현)에 이르기까지 절정의 순간은 장엄하거나 그로테스크한 모습으로, 혹은 소소하고 유쾌한 모습으로 다채롭게 변주된다.

이들의 작품을 따라가다 보면 참혹하리만치 비루한 청춘의 일면을 깨닫는 순간이나 오랜 불안을 견디고 내적 성숙으로 딛고 일어서는 때가 모두 우리의 삶이 절정을 향해 치닫는 순간임을 느끼게 된다.

어머니, 할머니를 살해한 후 끊임없이 분노와 살인충동이 솟구치는 사이코패스의 으슬으슬한 고백(‘파충류’·태기수), 성공에 집착하는 청년의 일대기(‘청년 방호식의 기름진 반생’·김설아)를 풀어내는 능청스러운 입담까지 천차만별의 개성이 묻어나는 작품을 읽을 수 있다.

동일한 주제는 없지만 ‘과학소설(SF)’이란 범주로 묶여진 ‘앱솔루트 바디’ 역시 SF 작품의 성찬을 즐길 수 있는 소설집이다.

이 책은 특히 본격문학에 과학소설, 무협소설 등 장르 문학의 혼종을 시도해온 박민규 작가 등의 SF 단편도 포함돼 있어 눈길을 끈다. 여기 실린 단편들은 웹진 ‘크로스로드’에 연재됐던 것으로 로봇과 복제인간 이야기부터 로맨스, 공포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면모를 보여준다.

게임 속 세상에서 30년 전 학창시절로 돌아가 좀비들과 결투를 벌이게 됐지만 원인불명의 오류로 의식불명의 상태에 빠지고 만 남자의 이야기(‘우리 반에서 양호실까지의 거리’·서진), 물리학자의 도움을 받아 신체 부위를 자유자재로 이동시킬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된 남자가 서서히 통제 불능의 범죄행각을 벌이게 되는 이야기(‘앱솔루트 바디’·임태운) 등이 있다.

박선희 기자 tell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