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도, 모든 길이 노래더라’ 그림=김선두, 아지북스
나이 50세에 이를 동안 달나라에 가고 싶다는 그의 소원은 한결같았습니다. 지금까지 달나라를 방문했던 사람들처럼 우주선을 타고 가서 착륙한 다음 무거운 우주복을 입고 로봇 흉내를 내며 달 표면을 답사하는 것이 아니라, 지구에서처럼 평상복을 입은 그대로 달 표면에 도달하는 것이 그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래서 달에는 정말 계수나무가 자라고 토끼가 살고 물과 불이 존재하는지 직접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습니다.
끈질기고 소박한 소원은 하늘을 감동시킨 나머지 어느 날 달나라로부터 북극점으로 오라는 통지가 왔습니다. 그곳에는 은하계의 여러 행성으로 떠나는 열차의 터미널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는 지구에서의 모든 것을 정리한 다음 단출한 차림으로 북극점으로 떠났습니다. 한 달이 걸려 당도한 그곳에는 은하철도 999보다 속도에 있어서나 안락함에 있어 획기적으로 발전된 은하철도 2090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열차에 오르기 전 북극점 터미널에서 바라본 달은 그가 지금까지 보아왔던 달과 다르지 않았습니다. 크기에 있어서나 밝기에 있어서나 계절과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변화하는 과정 역시 지구 마을에서 보아온 달의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그는 창가 자리의 안락한 의자에 앉아 최고의 룸서비스를 받으며 환상적인 우주여행을 즐겼습니다.
열차는 무한대의 공간을 가로지르며 은하계를 향하여 마하의 속도로 치솟았으며, 창밖으로는 지구에선 미처 볼 수 없었던 현란한 별자리의 열병식이 끊임없이 이어졌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그가 예상했었듯이 열차가 은하계로 돌입하면서 달의 크기는 공기로 부풀린 고무풍선처럼 급속도로 커져 갔습니다. 조만간 달에 당도하리라는 예고였습니다.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 생겨났습니다. 열차와 달의 거리가 서로 맞부딪칠 정도로 가까워졌던 순간부터 어쩐 셈인지 달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불과 며칠 전까지 환하게 빛났던 둥근 달이 소실된 것처럼 순식간에 보이지 않게 됐음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었으나 엄연한 사실이었습니다.
놀라고 초조했던 그는 지쳐 쓰러지도록 여러 곳을 헤매었으나, 지구에서 보아 왔던 달은 전혀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는 작고 하잘것없는 것일수록 멀리서는 보이지 않는 것이 당연하지만, 소리에 얼굴이 없듯이 크고 현란한 것도 너무 가까이 가면 오히려 보이지 않음을 지나친 것입니다.
작가 김주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