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건강]여성들의 숙적, ‘지방’과의 전쟁 80년

입력 | 2008-10-06 02:56:00


물로 안전하고 빠르게 몸매 조각하는 ‘아쿠아 쉐이밍’ 지방흡입술 각광

과거에는 조용하고 참한 여성이 인기였지만 요즘엔 ‘지루하다’고 평가받기도 한다. 21세기는 내숭 없는 ‘쿨(cool)’한 여성이 대세다.

성격만이 아니다. 몸매에 대한 선호도도 시대에 따라 변한다. 풍만한 몸매와 깡마른 몸매가 인기 있던 시절이 있었다. 요즘에는 풍만한 가슴, 잘록한 허리, 탱탱한 히프를 갖춘 섹시한 몸매가 인정받는다.

시대가 원하는 몸매를 갖고 태어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 때문에 많은 여성이 다이어트로 군살을 빼고 가슴 확대 수술을 하기도 한다. 하지만 팔, 다리, 배 등 특정 부위에 붙은 이른바 ‘죽어도 빠지지 않는 살’은 운동으로 쉽게 빠지지 않는다.

이런 여성에게 가장 빠르고 확실한 성형외과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지방흡입이다. 지방흡입은 오랫동안 축적돼 딱딱해진 지방을 효과적으로 제거해주기 때문이다. 지방흡입수술에 대해 몸매성형 전문병원인 ‘닥터 최 바디라인 클리닉’의 최윤숙 원장과 함께 알아보자.

○ 최초시도는 발레리나의 종아리

최초 지방흡입은 1922년 프랑스에서였다. 발레리나의 종아리 지방을 빼내려던 시도였다. 실패로 끝났지만 지방을 제거하기 위한 인간의 첫 노력이었다.

1977년에야 지방흡입술은 성공했다. 긴 막대 모양의 관인 ‘케뉼라(cannula)’를 이용한 최초의 시술이었다. 케뉼라는 오늘날에도 지방을 분해하고 뽑아낼 때 꼭 필요한 도구다. 당시엔 케뉼라를 가늘게 만드는 기술이 부족해 절개 부위가 크고 지방을 분해하는 용액도 없어 시술 후 주변조직이 많이 파괴되는 부작용이 심했다. 또 대량흡입이 되지 않아 효과도 미약했다.

지방분해용액인 ‘튜메센트’가 개발된 것은 1987년. 미국의 클라인 박사가 의료용 증류수에 지혈제와 마취제, 전해질 용액을 섞어 지방분해용액을 만들었다. 튜메센트는 고체형 지방을 액체형태로 만들어 흡입을 쉽게 한다. 이로 인해 대량으로 지방을 흡입하는 시술이 가능해졌다.



○ 물이 지방을 녹이기 시작했다

분해된 지방을 강력하게 흡입하기 위한 초음파 장비가 국내에 처음 도입된 때는 1990년대 초반. 튜메센트 용액으로 부드러워진 지방에 초음파 기구와 연결된 케뉼라를 넣어 곧바로 흡입했다. 레이저를 이용한 지방흡입법도 개발됐다. 레이저는 특히 등이나 윗배처럼 매우 딱딱하게 굳어진 지방을 녹이는 데 탁월하다.

튜메센트 용액이 체내에 들어가는 방식은 호스에서 물이 쏟아지는 것과 비슷해 지방 주위 조직에도 용액이 투입되는 단점이 있었다. 따라서 시술 후 심하게 붓고 회복시간도 길었다.

2년 전 독일에서 이런 단점을 보완해 용액을 체내에 주입하는 방식을 바꿨다. 기존 호스 방식에서 스프레이처럼 분사하는 새로운 시술법을 고안해낸 것이다. 또 인체에 무해한 물을 이용해 좀 더 쉽게 지방을 용해하는 방법도 찾아냈다. 그동안 심한 통증 등을 이유로 지방흡입술을 받기 어려웠던 허약 체질 환자나 노인들도 흡입술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물을 이용한 지방흡입술을 국내에 처음으로 들여온 최 원장은 “미세하게 분사되는 물방울이 피부조직에서 지방세포만을 분리해 빠르고 안전한 시술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 회복은 빠르게, 라인은 확실하게

최 원장이 시술 중인 물을 이용한 지방흡입술의 이름은 ‘아쿠아 쉐이밍’. 모터를 이용한 강력한 흡입력과 스프레이식 물 분사를 결합한 시술법이다.

이 시술법은 지방 분리가 용이해 통증이 덜하고, 심한 멍이나 부종, 피부착색 등과 같은 부작용이 적다. 마취도 전신마취가 아니라 수면마취나 국소마취로 이뤄져 위험성도 상대적으로 덜하다.

아쿠아 쉐이밍 시술에 쓰이는 지방흡입기 ‘워터 쉐이프’는 지방 이외의 조직과 접촉될 경우 자동으로 작동이 멈춰 혈관이나 신경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 최 원장은 “수술 과정이 간단해지고 회복기간은 짧아져 환자들의 만족도가 더 높아졌다”고 말했다

10년 이상 지방흡입술을 시술한 최 원장은 기존 공기압력을 이용해 지방을 흡입하던 방식이 단단한 지방을 제거하기가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서 아쿠아 쉐이밍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이후 워터 쉐이프 제작회사의 자문위원을 맡으면서 임상실험을 주도하고 있다.

○ 시술 후 관리 확실해야

최근 많은 병원에서 지방흡입술을 시술하고 있지만,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기 위해선 의사의 풍부한 경험과 시술 후 관리가 필수조건이다. 의사의 경험 부족은 자칫 사고로 이어져 과다 출혈 등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지방흡입술의 성패는 시술 후 관리에서 판가름 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방을 빼낸 뒤 고르지 않은 피부 겉과 속을 매끄럽게 다듬어줘야 하기 때문이다.

최 원장은 “저가의 시술비용이나 과장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전문성을 갖춘 의사와 시술 후 관리까지 철저한 병원을 찾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이승재 기자 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