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NEXT KOREA]역전승의 신화 삼성전자

입력 | 2008-10-06 02:56:00


반도체 휴대전화 LCD 모두 경쟁 뒤집은 노력의 산물들

달리기 경기를 해보면 안다. 앞서 가는 경쟁자를 앞지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를.

오늘의 삼성을 있게 한 대표적 성장 동력인 반도체, 휴대전화, 액정표시장치(LCD)는 모두 그 힘든 역전승의 주인공들이다.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사재(私財)를 출연해 파산 위기에 처했던 한국반도체를 인수한 때는 1974년 12월. 1차 오일쇼크의 영향으로 세계의 주요 반도체 기업들이 인원과 생산시설을 감축하던 어두운 시기였다.

그러나 삼성반도체는 ‘위기=기회의 다른 이름’임을 입증했다. 당시 동양방송(TBC) 이사였던 이 전 회장은 매주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인 반도체 기술자를 만났다. 주말에는 그 기술자를 일본 회사 몰래 한국으로 데려와 삼성 직원들에게 기술을 가르치게 했다.

그로부터 20여 년 뒤인 1995년 일본의 한 경제연구소는 “반도체 시장에서 한국이 일본을 곧 추월할 것 같다”는 보고서를 내놓았고 그것은 곧바로 현실이 됐다.

30여 년 전 삼성이 ‘타도 일본’을 외쳤던 것처럼 요즘 일본의 반도체 기업들은 ‘타도 삼성’을 부르짖고 있다.

삼성의 휴대전화 역사는 곧 한국 휴대전화 역사라고 할 만하다. 삼성은 1986년 국내 최초의 카폰 ‘SC-100’, 1988년 서울올림픽에 맞춰 최초의 자체 개발 휴대전화인 ‘SH-100’을 잇달아 선보였다.

그러나 한국의 이동통신 시장은 미국 모토로라 등 외국 제품이 장악하고 있었다. 삼성은 1993년 산악지역이 많은 한국 지형에 적합하면서 무게도 100g 대인 획기적 휴대전화 ‘SH-700’을 내놓으며 승부수를 던졌다. 이른바 ‘애니콜 신화’의 서막이었다.

1995년 드디어 삼성은 국내 시장점유율 52%를 차지하며 1위 자리에 올랐다. 이후에도 혁신적 제품들이 삼성 휴대전화의 비약적 성장을 이끌었다.

인체공학적 디자인의 독창적 제품인 ‘SGH-T100’이 세계시장에서 히트하면서 삼성은 2002년 지멘스를 제치고 노키아, 모토로라와 함께 ‘세계 빅3’로 진입했다. 지난해에는 모토로라까지 앞지르며 ‘세계 2위’로 등극했다. 삼성은 2005년 ‘연 1억 대 판매 시대’를 열었고 그로부터 3년 뒤인 올해 ‘연 2억 대’에 도전하고 있다.

삼성의 LCD도 반도체처럼 후발주자였다. 1991년 이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을 때 일본의 LCD 업체들은 저만치 앞서가고 있었다. 삼성 LCD의 역전승 비결도 역시 ‘과감한 투자’였다.

1997, 1998년 LCD 공급 과잉으로 불황을 겪은 일본 업체들이 차세대 LCD 라인 투자에 소극적 태도를 보일 때 삼성은 오히려 선행 투자를 단행했다. 삼성은 2002년 LCD 매출 기준 세계 1위에

오른 뒤 지금까지 그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부형권 기자 bookum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