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기업들에 비해 얼마나 탄탄한가?
적의 침입 막는 중세의 ‘해자’처럼
경쟁우위의 폭과 깊이 따져봐야
《1966년 7월 22일 주주들에게 보낸 워런 버핏의 편지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다. “다른 사람들의 주식시장 전망에 따라서 주식을 사고팔지 않겠다. 그보다는 한 회사에 대해 우리가 정확히 분석했느냐가 옳고 그름을 좌우할 것이다.” 버핏은 사람들이 시장은 항상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허점을 이용해 역발상으로 시장과 상관없이 개별 기업에 투자한 사업에서 성공을 거두었다. 그는 인간의 비합리성에 천착하는 ‘행동경제학’을 이미 몸으로 알고 실천한 투자가다.》
행동경제학을 몸으로 안다는 것은 결국 군집행동, 손실 회피, 지나친 자기 확신, 프레이밍 효과 등 인간의 판단력과 관련한 약점들을 이해하고 이를 이성으로 극복해 투자의사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그는 요즘처럼 투자가들의 두려움과 공포로 주가가 폭락했을 때가 가치투자하기에 좋은 때라고 믿는다. 금융위기 속에서 골드만삭스와 GE에 대한 투자 결정 등 최근 행보는 그의 철학을 다시 확인시켜 준다.
버핏의 가장 중요한 실전투자 원칙 중 하나는 독점적 지위가 있는 기업에 장기간 투자하라는 것이다. 그는 독점적 지위가 없는 기업은 경쟁이 치열해지면 이익률이 훼손되기 때문에 좋은 투자 대상이라 여기지 않았다.
잘 알려진 바대로 버핏은 많은 기업에 투자하지 않았다. 주식을 투자할 때 회사 전체를 인수한다는 관점에서 분석하고 독점력이 있는 기업 위주로 투자했다.
세계에서 가장 큰 펀드회사인 버크셔 해서웨이가 오늘날에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은 자회사로 인수한 50개 기업과 투자회사 17개가 전부이다.
초창기의 사례를 보자. 비교적 초기였던 1966년 전반기부터 월트디즈니를 주목하던 버핏은 ‘백설공주’ 등 많은 만화영화에 관심을 보였고, 디즈니랜드와 월트디즈니를 파트너로 결정하면서 주당 53달러에 사기 시작해 마침내 8000만 달러에 인수하였다.
즉, 장기투자 대상 기업을 찾아서 아예 기업을 인수한다는 관점으로 투자를 한 것이다.
또 다른 예를 보자.
버핏은 1980년대에 산 질레트 주식을 수십 년간 장기 보유했다. ‘사람들은 면도를 할 것이며, 질레트 면도기를 쓰는 사람이 지구상에 30억 명은 될 것이다’라는 게 장기투자의 이유다. 코카콜라 역시 전 세계인에게 대안이 없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버핏의 주요 투자 기업을 보면 워싱턴포스트, 월트디즈니, 코카콜라, 질레트, 월마트, 무디스 등 각 분야에서 경쟁력이 강한 기업 즉, 독점력이 있는 기업을 중심으로 투자한 것을 알 수 있다.
버핏이 이야기한 독점성의 표현인 ‘경제적 해자(Moat)’에서 해자란 과거 중세시대에 성 밖의 둘레를 파서 적의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만든 연못을 의미한다.
버핏은 해자를 경제적 개념으로 끌어들여 경제적 해자라는 은유를 만들어 냈다. 즉, 독점력 가치(프랜차이즈 밸류)라고 이야기되는 경제적 해자란 기업 경쟁우위의 크기이며, 기업 이익을 지켜나갈 수 있는 힘이다. 경영학에서는 이를 확고한 ‘진입장벽’이라고 말한다. 투자가의 눈에는 장기적인 성장가치의 척도라 말할 수 있다.
다음 그림에서 보듯 해자는 크게 그 폭과 깊이로 나눠볼 수 있는데, 해자의 폭은 얼마나 오랫동안 경쟁 우위를 지킬 수 있는가를 의미하며 해자의 깊이는 얼마나 타사에 비해 경쟁 우위에 있는가를 의미한다. 따라서 장기투자를 하기 좋은 투자 대상은 해자가 깊고 넓은 회사라 할 수 있다.
버핏은 우리 주변에서 변함없이 소비자들에게 팔리는 독점적인 기업들을 생각하고 기업들의 주가가 싸지는 시기를 기다렸다. 지금 우리 시장에서도 이런 독점적인 우량기업을 싸게 살 수 있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는 것은 아닐까?
대표적인 한국의 독점적 기업들의 예는 왼쪽 그림과 같다.
꼭 명심할 것은 버핏은 주식을 사는 행위를 단순히 유가증권을 사는 것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는 주식 매수는 기업의 한 조각을 사는 것, 즉 경영에 참여하는 것으로 봤다. 이런 마음가짐을 갖춘 자만이 ‘역경을 견딘 달콤한 열매’를 맛볼 자격이 있다.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독점기업(Business Franchises)이란::
워런 버핏 회장은 경쟁하는 기업은 이익률이 떨어진다고 판단했다. 즉, 독점적 지위(Economic Moat 또는 Franchises)가 있어야 안정적인 이익을 유지할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월스트리트저널 등은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를 유지할 수 있는 기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