刻(각)은 칼로 새기다의 뜻으로 칼인 도(도)가 의미요소이다. 刻骨(각골)은 마음속 깊이 새겨 잊지 않음을 뜻한다. 인장 새기는 일을 뜻하는 篆刻(전각)은 篆書(전서)로 인장을 새긴 데서 비롯됐다. 위의 刻薄(각박)처럼 가혹하다는 뜻도 있다. 시간 단위로서의 刻(각)은 하루의 100분의 1에서 지금의 15분이 되었다.
刻舟求劍(각주구검)은 배를 타고 가다가 강에 칼을 떨어뜨리자 뱃전에 장소를 새겨 표시하고 언덕에 닿자 그곳을 따라 칼을 찾으려고 했다는 ‘呂氏春秋(여씨춘추)’의 이야기에서 나왔다. 상황이 변했음을 모르고 옛것에 집착하거나 융통성이 없음을 꼬집는 말이다.
薄(박)은 厚(후)와 반대로 얇다는 뜻이다. 如履薄氷(여리박빙)은 살얼음을 밟듯 조심함을 비유한다. 薄俸(박봉)처럼 적다, 薄色(박색)처럼 못하다, 瘠薄(척박)처럼 비옥하지 않다는 뜻이 있다. 또 위의 刻薄(각박)처럼 인정이 없거나 인색하다, 薄命(박명)처럼 불운하다는 뜻도 있다.
理(리)는 점이 생략된 玉(옥)이 의미요소로, 본뜻은 옥을 다듬는 것이다. 그로부터 治理(치리)처럼 다스리다 또는 옥의 결이나 條理(조리), 여기서처럼 이치나 도리의 뜻으로 확대됐다. 久(구)는 사람의 두 다리 뒤에 받쳐주는 것이 있음을 나타낸 것으로 永久(영구)처럼 기간이 오래됨을 뜻한다. 享(향)은 높은 데에 물건을 바치는 것을 나타낸 것이 변했다. 제사 또는 바치다의 뜻과 반대 입장에서의 받다 또는 누리다의 뜻이 있다.
남에게 각박하게 굴어서 집안이 성공했다면 그리 오래 누릴 수 있는 것이 못된다. 그 몰인정과 인색함에 대해 반드시 치러야 할 대가가 결코 적지 않기 때문이다. ‘朱子家訓(주자가훈)’이라 부르는 明(명) 朱柏廬(주백려)의 ‘治家格言(치가격언)’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