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포터’를 쓴 영국의 조앤 롤링 씨가 1년 동안 3억 달러(약 3670억 원)를 벌어들여 세계 작가들 중 소득 1위를 차지했다고 포브스지가 보도했다. 하루 10억 원을 번 셈인데 이는 제임스 패터슨, 스티븐 킹 씨 등 소득 랭킹 2위에서 10위까지의 인기작가 9명의 수입을 합친 것보다도 많다. 돈이 없어 커피 한잔을 시켜 놓고 한 손으론 유모차를 밀며 다른 손으로 원고지를 메우던 이혼녀가 연작소설 하나로 영국 여왕보다 더 부유한 여성이 된 것이다.
▷‘토크쇼의 여왕’ 오프라 윈프리 씨는 포브스지가 발표한 ‘2008 영향력 있는 유명인사 100명’에서 작년에 이어 1위를 차지했다. 사생아로 태어난 그는 아홉 살에 사촌에게 성폭행을 당하고 마약에 빠져 10대를 보냈다. 그런 그가 지금은 미국 내 시청자만 2200만 명에 달하고 세계 105개국에서 방영되는 ‘오프라 윈프리 쇼’ 진행자이자 여성 관련 잡지, 케이블TV, 인터넷을 거느린 하포(Harpo)그룹 회장이다. 하포는 오프라(Oprah)의 철자를 거꾸로 배열한 단어다. 오프라 토크쇼는 사람들을 웃기고 울리는 힘이 있다.
▷롤링 씨와 윈프리 씨의 성공스토리에는 국경과 언어를 초월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콘텐츠가 있다. 지난 10년간 해리 포터의 매출액은 삼성전자의 반도체 수출 총액보다 많다. 해리 포터는 책, 영화, DVD로 끊임없이 확대 재생산되고 있다. 소설 속 해리가 등장했던 장소는 관광명소가 돼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인다. 롤링 씨는 6월 미국 하버드대의 명예박사학위를 받는 자리에서 “세상을 바꾸는 것은 마법이 아니라 우리의 상상력”이라고 말했다.
▷세상은 상상력을 자극하고 영감을 주는 콘텐츠에 목말라 있다. 하버드대 조지프 나이 교수는 “미래는 부국강병(富國强兵)의 하드파워가 아니라 문화를 토대로 한 소프트파워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견했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야말로 소프트파워의 핵심이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 씨가 시대의 아이콘이 된 것도, 배우 앤젤리나 졸리 씨가 제3세계 어린이들의 수호천사가 된 것도 각각 ‘암 극복’과 ‘어린이 입양’이라는 ‘부가가치 콘텐츠’가 있었기 때문이다. 남다른 상상력으로 빚어낸 콘텐츠야말로 현실 속의 마법 지팡이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