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 4대 미녀 분들이 오늘 이 자리에 왔다고요? 어디, 얼굴 좀 봅시다. (잠시 후) 무슨 짓이에요!”(정찬우)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라디오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두 시 탈출 컬투쇼’ 녹음 현장. 김경제 기자
“혹시 임신하셨어요?”
“네, 9개월 막달이에요”
“너무 웃으면 진통이…”
방청객들 즉석 개그에 폭소 만발
“아이 디드 잇 마이 웨이(I did it my way)∼.”
어디선가 들려오는 굵은 저음이 점점 가까워진다. 잠시 후 라디오 부스 안으로 피자 한 조각을 들고 들어서는 한 남자. SBS 라디오 ‘두 시 탈출 컬투쇼’의 DJ 김태균이다. 스튜디오에 있던 한 소녀가 낮게 중얼거렸다. “어머, 머리 크기 정말 4배네.”
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목동 SBS 사옥 라디오 2번 스튜디오 앞에는 방석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방송 30분 전부터 줄을 선 방청객들은 방석을 하나씩 지급받았다. 바닥에 40여 명의 방청객이 앉으니 10평 남짓한 스튜디오가 꽉 찬다.
방송 시작 10분 전. 숨쉴 틈 없는 빼곡한 ‘수다 방송’을 표방한 ‘컬투쇼’의 수다는 이미 시작됐다.
“(배부른 여성을 보고) 혹시 임신하셨어요?”(김태균)
“네, 9개월. 막달이에요.”(여성 방청객)
“여기서 애 낳으면 재밌겠다. 예전에 한 방청객이 웃다가 진통이 와서 실려 간 적 있어요. 각오하세요.”(김태균)
“저 그 피자 주면 안 돼요? 오늘 생일인데….”(여학생)
“민증(주민등록증) 보여줘 봐.”(김태균)
갑자기 ‘온에어’ 불이 켜지고 의자를 거꾸로 놓고 앉은 정찬우가 무심한 듯 속사포처럼 오프닝 멘트를 날린다. “두 시 탈출∼ 탈출쇼∼ 에헤엠, 웬 가래가. 오늘은 개천절입니다. 여러분께서는 미역국을 바닥에 부으시길 바랍니다. 왜냐하면 대한민국 생일이니까.” 정찬우는 3일 방송을 앞두고 2일 녹음하기 때문에 ‘오늘’이라는 단어를 썼다. 어쨌든 ‘오프디에어’와 ‘온에어’를 가리지 않고 개그가 이어지자 일동이 폭소를 터뜨린다.
‘컬투쇼’는 청취자들이 홈페이지에 올린 사연 소개로 이뤄진다. 청취자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제작진은 첫 방송 때인 2006년 5월부터 매일 40여 명의 청취자를 스튜디오로 초대해 왔다.
김찬웅 PD는 “첫날 방청객이 단 두 명밖에 안 돼 썰렁한 스튜디오를 채우려 신인 개그맨을 불렀다”며 “다녀간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한두 명씩 늘어나더니 청취율까지 올라가는 효과도 봤다”고 말했다.
이날은 방청객층도 다양했다. 40대 주부부터 입대를 앞둔 청년, 휴가 내고 온 회사원, 교사 임용시험 앞둔 대학생, 체험학습 하러 온 초등학생,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 온 남자 팬까지….
라디오로 들리는 입담으로 충분히 재밌는데 굳이 보러 온 이유는 뭘까. 딸과 함께 온 주부 이정재(44) 씨는 “정신없는 방송을 직접 보니 청각뿐만 아니라 시각까지 자극해 더 정신이 없다”며 “DJ들의 망가지는 표정이 듣는 것보다 더 재밌다”고 말했다.
염희진 기자 salthj@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