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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경북]“우리 가락에 푹 빠졌어요”

입력 | 2008-10-07 06:50:00


“지금 소리가 제대로 난다고 생각해? 이 부분은 아주 날카롭게 연주해야 한다. 다시!”

개천절인 3일 오전 대구 북구 동천동 동평초등학교(교장 남진수) 2층 강당. 이 학교 국악관현악단 90명이 합주 연습을 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앞에서 지휘하던 김신표(37) 지도교사의 지적을 받고 연습을 반복했다. 학생들은 다소 지친 모습이었다.

전날부터 1박 2일 집중연습을 하고 있기 때문. 잠은 교실에서 잤다.

이 학교 국악관현악단의 연주 실력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최근 서울교육대에서 열린 ‘제45회 전국아동음악경연대회’에서 3년 연속으로 1등을 차지했다.

가야금과 아쟁, 태평소, 대금, 소금, 북 등 13가지 국악기로 ‘아름다운 인생’을 15분 동안 연주해 심사위원들의 찬사를 받았다.

동평초교 국악연주단이 창단 3년 만에 전국 최고 수준으로 도약한 것은 끊임없는 연습 덕분이다. 단원들은 오전 8시면 등교해 1시간가량 연습을 한다.

90명이 흐트러지지 않고 감동적인 화음(和音)을 내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습이 필수적이기 때문.

김 교사는 “느슨한 분위기에서 대충 연습해서는 결코 국악의 맛과 멋을 낼 수 없고 듣는 사람에게도 감동을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악단의 학생대표를 맡아 장구를 연주하는 6학년 김지은(13) 양은 “호랑이 선생님이지만 열심히 연습해 대회에서 큰 박수를 받으면 정말 기분이 좋다”고 말했다.

단원뿐 아니라 이 학교 전교생 1950여 명은 모두 피리나 단소, 대금, 가야금, 아쟁, 장구 같은 국악기를 하나씩 연주할 수 있을 정도다.

수업 시작을 알리는 방송에도 국악 연주가 나올 정도로 학교 전체에 국악 분위기가 넘친다. 국악기를 연주하면서 멋을 즐길 수 있는 ‘동평 풍류방’도 있다.

동평초교에 국악 바람이 불기 시작한 것은 국악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김 교사가 2005년 부임해 국악단을 만들면서부터. 대구교육대 음악교육과를 졸업하고 1999년 교직에 들어온 그는 이때부터 ‘국악의 생활화’를 위해 노력했다.

교직에 입문한 이후 그가 국악을 가르친 제자만 2500명 정도. 그는 “국악이 너무 홀대받는 사회 분위기를 바꿔보고 싶다”며 “10년 뒤를 내다보면서 국악을 생활 속에서 즐기는 새로운 문화층을 형성해보고 싶은 마음”이라고 밝혔다.

그를 비롯한 북구 지역 초등교사 70명은 ‘국악사랑 해오름’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어 국악을 가까이 할 수 있는 환경을 가꾸는 다양한 활동을 펴고 있다.

김 교사는 “국악이 고리타분하고 재미없다는 인식도 국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6학년 윤창민(13) 군은 국악인의 꿈을 키우고 있다. 윤 군은 “선생님의 지도를 받기 전에는 나에게 국악에 대한 소질이 있는지 몰랐다”며 “기초를 잘 익혀 내 꿈을 꼭 이루고 싶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17일 교내에서 국악 연주회를 선보인 뒤 이날 저녁에는 학교 부근 함지공원에서 주민들을 대상으로 ‘대구서부국악관현악제’를 열 예정이다.

이권효 기자 bori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