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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 이야기]落霞與孤鶩齊飛, 秋水共長天一色

입력 | 2008-10-08 02:49:00


落(락)은 떨어지다의 뜻이다. 초(초)가 의미요소이며 본래는 잎이나 꽃이 떨어짐을 뜻한다. 落後(낙후)처럼 뒤떨어지다, 衰落(쇠락)처럼 황폐해지다의 뜻이 있다. 落魄(낙백)은 넋을 잃음, 落筆(낙필)은 붓을 들어 그리거나 씀을 뜻한다. 村落(촌락)처럼 거주지, 落成(낙성)처럼 건물을 준공하다의 뜻도 있다. 落落長松(낙락장송)에서처럼 뜻이 높고 큰 모양을 이르기도 한다.

霞(하)는 노을이다. 落霞(낙하)는 지는 노을, 즉 낮게 드리운 저녁노을이다. 晩霞(만하)나 夕霞(석하)와도 통한다. 아침노을은 朝霞(조하)이다. 與(여)는 ‘∼와 함께’에 해당하며 뒤의 共(공)도 쓰임이 같다. 孤(고)는 子(자)가 의미요소로 어려서 아버지를 잃음을 뜻한다. 孤獨(고독)처럼 외롭거나 홀로임을 뜻한다.

鶩(목)은 ‘무’로도 읽으며 본래는 집오리를 가리키나 晉(진) 이후에는 들오리를 가리키기도 한다. 여기서는 후자가 어울린다. 齊(제)는 곡식의 이삭이 땅 위에 가지런히 자란 모양이 변형되었다. 가지런하거나 나란하다 또는 같다는 뜻이다. 修身齊家(수신제가)에서처럼 바르게 다스림을 뜻하기도 한다.

飛(비)는 두 날개를 편 새의 모습이 변했다. 秋水(추수)는 가을의 맑은 강이나 호수의 물인데 이 글을 쓴 곳은 강변이다. 맑고 시원한 기질 또는 맑은 거울을 비유하기도 한다. 長天(장천)은 높고 넓은 하늘이다. 色(색)의 본뜻은 얼굴색이나 氣色(기색)이다.

낮게 드리운 저녁노을 속에 무리에서 벗어난 외로운 오리가 날고, 가을의 맑은 강은 높고 드넓은 하늘과 함께 온통 짙푸르기만 하다. 唐(당) 王勃(왕발)은 아버지를 찾아가는 남행길에 물에 빠져 27세에 생을 마쳤다. 그가 그 도중에 지은 ‘등王閣序(등왕각서)’에 보인다.

오수형 서울대 교수·중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