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삼성월드챔피언십이 열린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의 하프문베이에 다녀왔다.
이 대회는 뛰어난 성적을 거둔 20명만이 출전하는 ‘별들의 잔치’로 한국 선수는 8명이나 초청받았는데 그들의 평균 연령은 22.9세였다. 미국 진출 1세대인 박세리(31), 김미현(31) 등이 빠진 반면 김송희(20), 신지애(20), 박인비(20), 최나연(21), 지은희(22) 등 어린 선수가 대거 포함됐다. 한국 선수 중 최고령인 한희원(30)은 “어느새 맏언니가 됐다. 올 시즌 후배들이 참 잘했지만 세리, 미현 언니도 부상으로 주춤했을 뿐이어서 내년에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 여자 골프가 젊은 피의 수혈로 강호의 자리를 지키고 있음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때맞춰 지난 주말에는 올 시즌 여자 프로농구가 막을 올렸다. 초반 몇 경기이긴 해도 코트에서는 여전히 고참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신한은행 정선민(34)은 국민은행과의 개막전에서 36점을 퍼부었고 전주원(36)은 최윤아(23)의 부상으로 40분을 다 뛰며 8득점, 9어시스트를 올렸다. 삼성생명은 변연하의 이적에 따라 박정은(31)과 이미선(29)에 대한 의존도가 더욱 높아졌다. 신세계로 옮긴 김지윤(32)도 우리은행과의 경기에서 38분 동안 15점을 넣었다. 시즌 초반 분위기가 전체 판도에도 영향을 미치다 보니 경험 많은 선수들이 더욱 중용되고 있는 가운데 신한은행은 최희진(21), 김연주(22) 등이 언니들과 조화를 이루며 초반 2연승을 달렸다.
오랜 세월 변함없이 코트를 지키는 노장에게 박수를 보내면서도 한편 염려가 된다. 올 시즌은 역대 최다인 팀당 40경기를 치르는 장기 레이스여서 오버 페이스는 체력 저하와 부상으로 연결된다. 시즌 때마다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인식을 준다면 리그 흥행에도 도움이 안 된다.
해마다 되풀이되는 적절한 세대교체의 필요성을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코트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 얼굴의 등장이 기다려진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