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에 한 주부 투자자에게서 전화를 받은 일이 있었습니다. 이분이 지난해 봄에 ‘원유펀드’라는 상품에 3000만 원을 투자했는데 벌써 1700만 원 정도의 손실을 봤다는 것입니다. 또 당시 원유 가격이 배럴당 98달러였는데 이것이 120달러 이상으로 오르면, 나머지 1300만 원도 모두 날아가게 생겼다고 했습니다. 원유가격은 그 후 실제로 120달러를 넘었기 때문에 정말 더 큰 피해를 보았는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이분이 투자한 ‘펀드(Fund)’란 원래 ‘기금’ 또는 ‘자금’이라는 뜻입니다. 풀어 쓰면 ‘투자전문기관이 일반투자자에게서 자금을 모아 투자를 대신해주고 여기에서 얻는 수익금을 투자자에게 나누어 주는 상품’이라는 뜻입니다. 이때 전문기관에 투자를 맡기기 위해 자금을 넣고 받는 증서를 ‘수익증권(受益證券)’이라고 합니다. 따라서 “펀드에 투자한다”는 말은 “수익증권에 투자한다”는 말과 같은 뜻이죠. 또 이런 투자방법을 ‘전문가에게 투자를 맡긴다’는 뜻에서 ‘간접 투자’라고도 합니다.
일반적으로 펀드는 어느 회사의 주인이라는 증서인 ‘주식’이나, 돈을 빌려줬다는 증서인 ‘채권’ 같은 금융상품에 투자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부동산이나 곡물, 금, 원유 같은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펀드도 있습니다.
이 투자자가 투자한 원유펀드는 국제유가의 오르내림을 나타내는 유가지수에 투자하는 펀드였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상품이 여러 가지 단서 조항이 붙어 있는 복잡한 구조의 펀드라는 데 있었습니다. 이 펀드는 유가지수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오르지만 않으면 최소한 원금 손실은 보지 않도록 돼 있는데, 실제 유가지수는 그 수준을 넘어버렸던 것입니다.
그 투자자에게, 어떻게 내용도 잘 모르는 펀드에 투자를 했느냐고 물었습니다. 돌아오는 대답은 “판매하는 직원이 ‘무지무지하게 좋은 펀드’라고 해서 샀다”는 것이었습니다. 펀드에 투자할 때 내용은 확인하고 서명했는지를 물어보았더니 “대충 읽어보고 사인했다”고 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이런 식으로 투자상품의 내용을 자세히 알아보지도 않고 투자했다가 손실을 보는 투자자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따라서 미리 공부를 충실히 한 다음에 투자하거나, 공부를 해도 모를 것 같은 상품에는 아예 투자를 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모르는 상품에는 절대 투자하지 말라.’ 이것은 가장 중요한 투자원칙 중의 하나입니다.
강창희 미래에셋 투자교육연구소장
정리=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