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음식, 그 맛있는 탄생/김찬별 지음/로크미디어
《“한때 우리나라는 채식을 국가 시책으로 삼았다. 전 국민이 채식만 했다. 믿기 어렵지만 사실이다. 하지만 근래의 일은 아니다. 약 1000년 전의 옛날, 불교문화가 성행하던 시절의 이야기다. 불교가 국가의 통치이념으로 자리를 잡게 된 통일신라시대에는 전 사회적으로 살생이 금지됐다…수백 년간 채식 위주의 식생활을 하던 고려인들이 육식을 재개한 계기는 몽골의 침략이었다.”》
조선초 김치엔 고춧가루가 없었다
고추.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 재료로 꼽을 만하다. 고추를 언제부터 먹기 시작했을까. 우리의 매운맛을 대표하니 삼국시대나 고려시대 정도부터가 아닐까. 이 책에 따르면 고추는 17세기에 들어왔다. 18세기가 돼서야 처음으로 고추를 음식에 사용한 기록이 나타난다. 18세기에 김치는 벌겋지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한국의 전통 음식이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에게만 있었던 고유한 것은 아니라고 본다. 중국 일본 등 이웃나라, 여러 문화와 교류하고 전래되는 과정에서 우리 음식이 됐다는 것이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수입됐고 20세기 서양식 음식이 한국화한 것도 많다. 이 모든 것이 우리 음식이다. 인터넷 블로거이자 번역가인 저자는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우리 음식들의 유래를 찾아 나섰다. 자장면, 튀김, 제육볶음, 삼겹살, 김밥, 냉면, 육개장, 된장찌개 등이다.
“중국에는 자장면이 없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저자는 우리가 먹는 자장면 맛과는 좀 다르지만, 중국에도 자장면이 있다고 설명한다. 춘장이 적은 중국의 자장면은 베이징과 산둥 성 일대에서만 먹는 음식인데 중국에서는 우리나라만큼 인기 있는 음식이 아니다. 일부 지역의 일부 식당에서만 팔기 때문에 저자는 “중국 인구는 한국의 30배나 되지만 자장면이 팔리는 양은 한국보다 적을 것”이라고 말한다.
자장면은 언제 한국에 들어왔을까. 대한제국말 개항기의 인천. 산둥 성 지역의 중국인들이 인천에 들어오면서 차이나타운이 생겼다. 자장면은 가난한 중국인 노동자들이 먹던 고향 음식이었다.
김밥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한국과 일본이 유독 김을 즐긴다. 우리의 경우 15세기 지리서인 동국여지승람 등에서 김을 채취하거나 양식했다는 기록이 등장한다. 종이처럼 건조시킨 김은 언제부터 먹었을까. 저자는 기록을 바탕으로 19세기 중반부터라고 추정한다. 당시의 세시풍속서인 동국세시기에는 “취나물을 볶고 김을 구워 취나물과 김으로 오곡밥을 싸서 먹는다”라는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김밥에 대한 직접적인 기록은 일제강점기까지도 등장하지 않는다. 반면에 일본에서는 18세기 풍속화 등에서 이미 김밥에 대한 기록이 등장한다. 일본식 김밥 ‘노리마키 스시’는 식초로 간을 한 밥 속에 재료를 넣고 김으로 돌돌 만 음식이다. 저자는 이를 바탕으로 김밥은 자생적이라기보다는 일본의 영향을 받았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한다.
된장찌개는 어떨까. 된장과 간장이 구분된 것은 조선시대로, 당시의 옛 조리서들은 간장 된장 담그는 법부터 실제 조리에 사용하는 법까지 기술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당시 된장은 기름진 음식의 향신료로 사용됐다. 국이나 찌개 형태로 사용됐다는 기록은 19세기 말의 요리책 시의전서(是議全書)에 등장한다. 그런데 일제강점기까지만 해도 된장찌개에 기름과 고기를 넣어 지금과는 다른 형태였다.
별 생각 없이 먹어 왔던 우리 음식들의 유래와 변천 과정을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