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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횡설수설/육정수]觀艦式 군사외교

입력 | 2008-10-09 02:59:00


그제 오후 부산 앞바다. 이명박 대통령이 탄 구축함 강감찬함이 주요 인사 2000여 명을 태운 아시아 최대의 상륙함 독도함(길이 200m, 폭 32m·1만8000t급) 앞을 지나 선두에 섰다. 사열함 2척이 앞뒤로 정렬하자 줄을 지어 기다리고 있던 해군 및 해경 함정 20여 척이 세종대왕함(이지스 구축함)부터 차례로 사열함 앞을 지나갔다. 최영함 광개토대왕함 양만춘함 등 구축함과 호위함 초계함 고속정 잠수함이 뒤를 따랐다. 함정에서 거수경례를 올리는 장병들의 힘찬 구호가 바다 위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하늘에선 해군 항공기와 헬기, 공군 전투기들이 에어쇼를 펼치고 UDT 부대의 해상 낙하가 입체적으로 진행됐다. 사열함 2척은 해외에서 온 12개국 함정 20여 척 앞을 지나가며 사열을 했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을 제외하곤 대부분 6·25전쟁 때 유엔군으로 참전한 나라들이다. 제7함대 모항(母港)인 일본 요코스카에서 파견된 미국 항공모함 조지워싱턴과 이지스함 3척을 비롯해 영국 캐나다 호주 인도 태국 등의 함정이 참가했다. 관함식(觀艦式)의 대미를 함포 및 헬기 사격, 육해공 합동 상륙작전이 장식했다.

▷건군 60주년을 기념한 이번 관함식은 해군의 비약적 발전상을 과시하면서 전통적 군사동맹과 군사외교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국제행사였다. 우리가 보유한 이지스함과 대형 상륙함, 그리고 이번 관함식에 파견한 미 해군의 주력 함정은 유사시 한미연합 전력을 가늠해 볼 수 있는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26일 경기 포천에서 펼친 지상 및 공중의 연합 화력시범훈련에 이어 해상에서도 연합전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강대국과의 군사 교류도 관함식의 의미를 더해줬다.

▷해군력은 국력의 상징이다. 과거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통했던 영국과 지금의 유일 강대국인 미국의 힘은 해군력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도 삼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동남아시아의 해로(海路) 확보에 수출과 원유 수입의 사활이 달려 있다. 북한의 도발 억제만이 해군의 목표일 수는 없다. 그런 의미에서 제주기지 신설 계획은 반드시 이뤄야 할 대양(大洋) 해군의 꿈이다.

육정수 논설위원 sooy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