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북촌창우극장에서 열린 ‘천차만별 콘서트’ 개막 공연의 주인공인 ‘정민아 밴드’. 왼쪽부터 공경진(해금), 양현모(드럼), 곽재훈(베이스), 정민아(가야금). 사진 제공 북촌창우극장
“가야금 연주자들이 국립극장, 국립국악원으로 갔을 때 정민아 씨는 가야금을 들고 홍익대 앞 클럽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만든 곡으로 클럽의 젊은이들과 교감을 했지요.”
7일 오후 7시 반 서울 종로구 원서동 북촌창우극장. 국악평론가 윤중강 씨가 ‘창작국악 실험무대-천차만별 콘서트’ 개막연주회에서 가야금 연주자 정민아(29) 씨를 소개하자 환호성이 쏟아졌다. 이날 100석 남짓한 소극장을 가득 채운 관객 중 70%가 20대 관객들이었다.
“고등학교 2학년 때 창작국악그룹 ‘슬기둥’이 북촌창우극장에서 10주년 기념공연을 했지요. 당시 저는 교복을 입고 객석에 앉아 있었어요. 이 무대에 제가 서다니 영광입니다.”
정 씨는 가야금과 해금, 베이스기타, 드럼의 앙상블 연주에 맞춰 헤드마이크를 끼우고 황진이의 시에 가사를 붙인 ‘상사몽(相思夢)’과 남녀간의 애틋한 사랑의 감정을 담은 ‘고래공포증’ 등을 불렀다. 특히 피아노를 맡은 멤버가 멜로디언을 들고 나와 가야금과 함께 몸을 흔들며 ‘미나 탱고(Mina's Tango)’를 연주해 클럽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게스트로 출연한 해금연주자 강은일 씨는 파격적인 즉흥 해금독주곡을 선보여 짜릿한 감동을 자아냈다.
‘천차만별 콘서트’는 공모를 통해 선정된 30세 이하의 젊은 국악연주자들이 12월 20일까지 40여 회에 걸쳐 창작곡을 연주하는 음악회. ‘프로젝트 락(樂)’ ‘이스터녹스’ ‘아리’ ‘새음’ ‘아나야’ 등의 국악퓨전 앙상블팀이 3개월안 다양한 개성을 보여준다. 국악공연으로서는 보기 드문 장기공연이다.
“요즘 북촌은 국악의 메카로 다시 살아나고 있어요. 한옥이 잘 보존돼 있는 집집마다 사랑방 국악음악회가 열리고, 창덕궁 맞은편 국악로에서도 축제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북촌창우극장에서도 올봄 정가축제를 열기도 했지요.”(허윤정 북촌창우극장 예술감독)
북촌창우극장은 조선시대 경복궁, 창덕궁 주변을 일컬었던 ‘북촌(北村)’과 고려시대 이후 예능인의 총칭이었던 ‘창우(倡優)’를 합쳐 지은 명칭이다. 극단 민예를 통해 마당극, 창극, 축제 등 전통연희를 재정립하는 데 큰 역할을 했던 연출가 고(故) 허규(1934∼2000) 선생이 1993년 지은 극장이다. 원일(타악, 태평소, 피리), 김용우(민요), 이지영(가야금), 유미리(판소리) 씨 등 현재 활동하고 있는 40대 연주자는 대부분 이 무대에서 데뷔했다.
윤중강 씨는 “과거 선배들이 치열하게 창작했던 시대처럼 국악계에 필요한 것은 헝그리 정신”이라며 “과거 홍익대 앞 클럽이 한국 ‘인디밴드’의 산실이었던 것처럼 이제 ‘북촌’이 새로운 국악의 조류를 창조해내는 ‘인큐베이팅’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객석에는 한국 공연예술 작품의 해외 진출을 위해 7일 개막한 서울아트마켓에 참석한 외국인도 많았다. 영국 ‘송라인(Song Line) 매거진’의 조 프로스트 편집장은 “가야금과 해금이라는 악기에 관심이 많은데 전통악기의 음색을 살린 음악을 만들어나가는 것에 감명받았다”며 “젊은 관객들과 호흡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 무료. 02-747-3809
전승훈 기자 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