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4월 개막한 이후 넉 달 만에 관람객 27만5000명을 기록하며 화려하게 막을 내린 특별전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가 7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대구박물관에서 뜨거운 열기를 이어간다. 대구에서 열리고 있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는 세계 최초의 제국이자 동서 문명 교류의 허브로 인류 문명사에 중요한 발자취를 남긴 페르시아 문명을 접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대구 전시에는 서울에서 관람객들을 황홀하게 했던 ‘날개 달린 사자 장식 황금 뿔잔’ ‘동물 머리 장식 황금 단검’ 등 페르시아 최전성기 아케메네스 왕조의 황금 유물이 그 감동 그대로 다시 관객을 맞는다. 기원전 5000년경 이란 고원에서 발생해 기원전 6세기 스키타이에서 이집트에 이르는 오리엔트(서아시아)를 통일한 페르시아 고대 문명의 진수를 선보이는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의 대표 유물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 사자 장식 황금잔
악한 적 물리치는 용맹한 통치자 형상화
기원전 1300년∼기원전 1200년께 제작
‘황금의 제국 페르시아’는 페르시아의 찬란한 문명을 보여주는 황금 유물을 선보이는데, 이 중 가장 오래된 유물이 ‘사자 장식 황금 잔’이다. 기원전 1300년∼기원전 1200년경에 제작됐다. ‘사자 장식 잔’처럼 사자를 형상화한 페르시아 유물이 많다. 페르시아에서 사자는 악한 적을 쓰러뜨리는 용맹한 통치자와 동일시됐다.
사자 머리 두 개를 따로 만들어 붙인 부분에 사자의 목과 몸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조각한 것이 특징이다. 본래 사자 머리가 세 개였으나 지금은 두 개만 남아 있고 못으로 고정돼 있다.
사자의 몸은 돋을새김 기법으로 조각했는데, 등에서 배까지 출렁거리는 갈기를 세밀한 선으로 표현한 것이 인상적이다. 황금 잔 입구와 아랫부분에는 끈 무늬를 조각했다.
이 황금 잔은 종교의식에 쓰였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동물 머리를 표현한 이 시기의 용기는 이번 전시에 출품된 페르시아 대표 유물 ‘날개 달린 사자 장식 뿔잔’(기원전 500년∼기원전 400년), ‘숫양머리 모양 뿔잔’(기원전 7세기) 등 후대 페르시아 동물 머리 장식 뿔잔의 원형이 됐다. 뿔잔은 신이나 왕에 대한 의례 때 술이나 음료를 부어 아래쪽에 난 구멍으로 흘러내리게 했는데, 고대 페르시아인들은 이를 통해 뿔의 영혼이 음료에 스며든다고 믿었다. 평일 오전 9시∼오후 6시, 수 토요일 오전 9시∼오후 9시, 공휴일 오전 9시∼오후 7시. 월요일 휴관. 어른 1만 원, 학생 9000원, 어린이 8000원. 1688-0577, www.persia2008.com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